▶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새로운 곡 작업에 들어갔어요. 아직 어떤 분의 곡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번에도 다른 가수 분의 곡이에요. 최근 권진아, 정승환 씨와 작업한 곡들이 만족스럽게 나와서인지 관계자 분들이 프로듀서로서의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최근 발매된 정승환 씨 첫 정규 앨범에 두 곡을 수록했죠. "앨범을 프로듀싱한 유희열 형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죠. (웃음). 승환 씨에게 곡을 처음 부탁받은 건 2년 전이에요. 그때 준 곡이 '제자리'인데 당시에는 승환 씨가 너무 신인이어서 발표를 곧바로 못 했어요. 희열이 형이 '이제야 승환이가 곡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면서 앨범에 싣자고 하셨고요. 또 다른 곡인 '사뿐'은 봄에 듣기 좋은 밝은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작업한 곡이에요."
▶두 곡 모두 권순관 특유의 감성이 느껴져요. "희열이 형이 저와 승환 씨가 창법이나 결이 비슷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제 생각에도 그래요. 전 목소리가 담백하고 옅은 편이라서 진한 감성을 지닌 가수 분들과 작업할 때 조율이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승환 씨는 저와 목소리가 잘 맞는 가수였고, 제 음악을 이전부터 좋아해 주셨던 분이라 감성적인 부분이 잘 연결될 수 있었어요."
▶정승환 씨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노래한다기보단 말하듯이, 생각하듯이 노래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임하라는 조언도 해줬고요. 앨범 작업에 참여한 한 달여간 직원도 아닌데 안테나에 매일 같이 출근했어요. 승환 씨가 '직원 아니냐'고 할 정도였죠. (웃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고요."
▶작년 말 발매된 소유 씨 앨범에도 참여했죠. "'온기가 필요해'라는 곡을 프로듀싱했어요. 소유 씨가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제 노래를 가장 첫 번째로 녹음하신 걸로 기억해요. 성격이 엄청 털털하시더라고요. 가사에 대한 의견도 직접 내주셔서 좋았어요. 곡을 만든 사람이 헤매고 있을 때 가수가 적극적으로 정리해주면 작업하기가 한결 수월하거든요. 또 표현력이 좋으셔서 제가 원했던 바를 곡에 잘 녹여낼 수 있었죠. 앞으로 또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듀엣곡도 한 번...아, 죄송합니다.(웃음)."
▶최근 주로 나이차가 꽤 있는 젊은 뮤지션들과 작업했어요. "세대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곡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랐고 작업 방식도 거침이 없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도 많아지고 촘촘하게 작업하게 되는데, 권진아, 정승환 씨는 데모 작업 때 툭툭 던진 게 느낌이 좋으면 바로 곡 녹음에 반영하더라고요. 생동감 있는 작업 방식이라고 할까요. 제가 불렀으면 평범했을 수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불러준 덕분에 가치가 더 생겼다고 생각해요."
▶요즘 작업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인가요. "곡 작업 제안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사실 예전에는 외부 작업을 대부분 거절했어요. 노리플라이 새 앨범 발매가 너무 늦어지다 보니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했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 많은 작업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이제는 여러 가지 작업에 참여하며 곡을 쭉쭉 선보이려고 해요."
▶왜 많은 분들이 '프로듀서 권순관'을 찾을까요. "일반적이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제가 그리는 음악은, 단편 영화 같아요. 다 듣고 나면 한 번 더 생각나는 음악이랄까. 그동안 여운이 남을 수 있는 음악을 했기 때문에 저를 찾아주지 않나 싶어요. 현 시점에서 고민 지점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더 많이 듣게 하느냐죠."
▶앞으로 같이 작업 해보고픈 가수가 있나요. "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분은 안테나의 샘 김 씨. 그리고 멜로망스 민석 씨요. 권진아 씨와 듀엣도 해보고 싶고. 성시경 선배님과도 작업해보고 싶네요. 아 그리고 정준일 씨. 워낙 저와 친하니까요. 그런데 요즘 연락이 잘 안 되네요.(미소)."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목표로 하는 바가 있나요. "그 가수를 대표하는 곡을 만드는 것이요.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겠죠. 저와 색이 잘 맞는 분들과 꾸준히 좋은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노리플라이 멤버이자 솔로 뮤지션, 그리고 프로듀서. 각각의 음악을 작업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재밌고 마음이 편한 건 다른 가수들의 곡을 작업할 때죠. 일단 노래를 제가 직접 안 해도 되고 제작비 걱정도 안 해도 되니까요. 제 곡을 만들 때는 중압감이 느껴져요. 특히 노리플라이 곡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죠. 아무래도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니까요. 예전에는 솔로와 노리플라이 음악 작업을 구분 짓지 않았어요. 이제는 솔로 작업을 할 때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하죠."
▶솔로 앨범이 나온지 꽤 오래되었네요. "틈틈이 준비 중이에요. 풀 앨범이 될지 EP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제 방식상 올해 안에 낸다는 확답도 드릴 수 없고요. 그래도 솔로 앨범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작년 9월 결혼에 골인하셨죠. "교회에서 만나 오랜 인연을 맺은 분과 결혼했어요. 아내는 현재 임신 중이고, 7월 말쯤 출산 예정이죠. 점점 아내와 아이를 위한 삶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가고 있네요."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특별한 재능기부 활동도 하셨다고요. "청각장애인을 위한 앨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를 발매했어요.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 기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였고, 옥상달빛, 선우정아, 안녕하신가영 등 많은 뮤지션분들과 함께했어요.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슨 노래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진짜 노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앨범이었죠."
▶'개띠 스타(1982년생)' 중 한 명이시죠. '황금 개띠의 해'인 무술년 목표가 궁금해요."요즘 그동안의 제 삶을 반성하게 돼요. 너무 느슨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올해는 제가 만든 곡을 최소 10곡 이상 발표하려고 해요. 4월 말에는 노리플라이 콘서트를 열 계획이고, 5월에는 뷰티풀민트라이프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팬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죠.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한 해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