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은 4일 오후 12시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내걸어 행사를 갖고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꼬집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최근 미투에 대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말을 하고 있다"며 "사회를 바꾸기 위한 자구책이자 내 주변에 또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한 공익적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행사 발언대에서는 경찰, 전직 교수는 물론 고등학생까지 나와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사례를 하나하나 폭로했다.
임 씨는 "경찰 조직에 잔존하는 악습들, 성범죄를 바라보는 (남성 경찰들의) 우월적 시각, 2차 피해를 모르는 무딘 성 감수성 등 때문에 겪은 일들을 글로 적어 외부에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은선(19) 씨는 "당시 주변 교사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선생이 설마 그랬겠느냐'는 답변뿐이었다"며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2015년 다른 교수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남정숙(56) 전 성균관대 교수는 "(피해자들이) 어디에 신고해야할지도 모르는 등 법과 제도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2차 피해는 이루 말할 수도 없다. 너무 처참하다"며 울먹였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찾아온 활동가들도 목소리를 냈다.
대만에서 온 펑찬인 씨는 "단지 '말하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집회 측 추산 2000명, 경찰 추산 약 1500명이 모엿다.
이들 대다수가 1부 행사 뒤 이어진 2부 시가지 행진에도 참여했다. 행진은 전체적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자신의 성추행·성폭행 경험이 담긴 피켓을 든 여성 피해자들, 사회에 팽배한 차별적인 단어들을 지적하는 여성단체 회원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