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휘봉을 잡은 유재학 감독은 통산 5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고 우승후보급 전력 유지와 리빌딩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끊임없이 팀을 정상권 대열에 올려놓았다.
유재학 감독이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하면 팬들은 이를 엄살로 여겼고 매시즌 미디어데이가 개최될 때마다 타 구단의 사령탑들은 현대모비스를 우승후보 혹은 최소 다크호스로 꼽아왔다.
현대모비스의 힘은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에서 비롯된다. 그가 프로농구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3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97-93으로 이겼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통산 600승을 달성했다.
유재학 감독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600승까지 함께 한 스태프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며 "오래 해서 얻은 결과라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쉬지 않고 하려면 몸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그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러 구단을 봤지만 어느 구단도 지금 현대모비스처럼 나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간섭을 하지 않은 구단은 없었다. 구단에 감사하고 모든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유재학 감독은 자신이 달성한 통산 600승 가운데 450승을 현대모비스에서 달성했다. 현대모비스에서만 이룬 450승은 통산 감독 최다승 부문 2위 기록(전창진 전 감독, 426승)보다도 많은 숫자다. 유재학 감독의 나머지 150승은 인천 전자랜드 등 인천 지역의 프렌차이즈 구단 사령탑 시절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3쿼터 중반까지 삼성에 11점차로 뒤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17점 8어시스트를 올린 베테랑 양동근을 중심으로 저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현대모비스 선수들의 집중력은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했다.
유재학 감독은 "루즈볼을 잡겠다고 동시에 3명이 다이빙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고 웃으며 "아마 감독을 위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워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좋아하는 선배이자 롤 모델인 유재학 감독님의 600승을 축하드린다"며 "나이가 많은 지도자가 백발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현장을 지키는 것도 보기 좋을 것 같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건넸다.
15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한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은 유재학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를 묻는 질문에 "중학교 때 이후로 나를 이렇게 믿어주고 신뢰해주신 감독님은 없었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를 믿어주셨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