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실무근” 남궁연 측, 전날 피해자에 전화해 “살려달라”

음악인 남궁연 씨. (자료사진/노컷뉴스)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음악인 남궁연 씨 측이 앞서 피해자를 접촉해 회유 시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궁 씨 측은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A씨와의 통화에서 “살려 달라” “만나서 풀고 싶다” 등의 말을 했다.

그러나 A씨가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자, 회유를 포기하고 ‘사실무근’과 ‘고소’라는 입장을 들고 나왔다.

남궁 씨 측 법률대리인은 2일 “제기된 의혹은 전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성추문 글이 올라오자 전화를 꺼놓고 침묵한 지 이틀 만의 입장 발표다.

법률대리인은 “당시 자리에 남궁연과 남궁연 아내, 방송작가가 있었다”며 “때문에 피해자가 올린 글이 허위라는 것이 금방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A씨가 글을 내리고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없고 완강한 입장이라,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었다”며, “지금 소장 작업이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 주 화요일, 늦으면 수요일 정도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남궁 씨 아내 한 씨, A씨에게 “봐주면 안 될까” 회유 시도

A씨와 남궁연 측 통화 기록.
하지만 남궁 씨 측은 전날(1일) 저녁 피해자에게 전화해 회유를 시도했다. 통화한 사람은 남궁 씨의 아내 한 모씨였다.

17분 정도의 통화에서 한 씨의 어조는 변호사가 밝힌 강경대응 입장과는 전혀 달랐다.

한 씨는 “우리가 뭘 실수를 했고 뭐가 서운한지 내가 알고 싶고, 또 A씨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A씨 마음이 풀어질까. 나는 그 마음뿐이에요”라고 했다.


또 “정직하게 이야기해서 A씨 한마디에 우리 남은 인생이 달려있어요. 봐주면 안 될까요. 내가 정말 빌께요. (한숨). A씨가 우리를 불쌍히 여겨야지”, “내가 아까 빌고 울려고 했어요. 나를 살려달라고”, “서로가 풀어지지 않으면 서로가 손해가 너무 크고. 이게 길어져서 좋을 일이 뭐가 있어요” 등의 말도 했다.

한 씨는 "A씨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면서 “내가 정말 빌께요”, “A씨 마음을 우리가 풀어줄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에 A씨는 “오해가 아니며 한 씨가 풀어줄 문제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은 남궁연 씨와 ㄱㅅㅎ 작가(당시에 자리에 같이 있던)가 공개적으로 사과해 주면 좋겠다. 더 바라는 게 없다”라고 분명한 뜻을 전했다.

통화는 다음 날 오전에 다시 하기로 하면서 끝났다. 다음 날 오전 A씨는 한 씨에게 “남궁 씨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해달라. 그리고 앞으로는 통화하고 싶지 않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오후 12시 30분쯤 [남궁연 "성추행 전혀 사실무근, 명예훼손 고소"]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 “옷 벗고 노래해, 몸을 고쳐야 한다”…국악계 “듣도 보도 못한 방법”

(자료사진/노컷뉴스)
앞서 지난달 28일 A씨는 인터넷에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글을 올려 ‘대중음악가며 드러머인 ㄴㄱㅇ로부터 옷을 벗고 가슴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 “바람은 펴본 적 있느냐, 남자친구와 어떻게 할 때 제일 좋았느냐”고 남궁 씨가 물은 적도 있고,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가슴을 보여달라’고 했다. 싫다고 하니 ‘5초만, 3초만’”이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남궁 씨가 ‘옷을 벗으라’로 요구한 이유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몸이 죽어있어, 자신이 고쳐주기 위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악계 교수들은 ‘가슴을 보고 몸을 고치는 방식’에 대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판소리 명창 B교수는 "그런 교육법은 없다. 뭐든지 상식선에서 이뤄진다. 소리를 교정할 때도 소리를 내주면서 무릎을 구부린다거나 누워서 발성하는 경우는 있어도, (남궁 씨가 주장했다는 방법은) 듣도 보도 못한 방법"이라고 했다.

판소리 명창 C교수도 "옷을 벗고 나체로 노래를 부르라는 것은 처음 듣는다"며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김광숙 선생님께 다양한 훈련법을 배웠지만 이런 해괴망측한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궁 씨는 국악인이 아니고 타악을 하시는 분이라 어떤지 모르겠다. 몸이 릴렉스되면 발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라거나 워밍업을 하라고 지시하지 옷을 벗으라고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악잡지 <라라>의 유춘오 편집장은 “남궁 씨 측이 법적 대응을 밝힌 만큼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올린 글이 사실이라면 옷을 벗고 노래를 부르라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국악계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고 이야기했다.

◇ 변호사 “작가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설명을 생략했다”

남궁연 씨. (자료사진)
남궁 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옷을 벗으라 등) 피해자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자리에 남궁연 씨와 남궁연 아내, ㄱ 작가가 있었다. 때문에 피해자가 올린 글이 허위라는 것이 금방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올린 '미투' 글에서 “ㄱ작가가 ‘A씨 잘난 척 그만하고’, ‘더 이상 밑바닥까지 갈 때가 어딨어 남궁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라는 말을 했다”며, 남궁 씨와 함께 자신을 가해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A씨는 미투 글을 올리기 전날 ㄱ작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남궁연 선생님께서 제 옷을 벗으라고 하신지 잘 모르겠다. 그때 제가 잘못한 걸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ㄱ작가는 “A씨에게 설명을 생략해 얘기한 걸로 알고 있어요”라며, '옷 벗으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편, 2일 디씨인사이드 드라마 겔러리에는 남궁연 씨 성추행 피해자라는 익명의 추가 제보가 올라왔다. 그는 “피해 당사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한 언론에 제보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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