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이 다스의 미국 내 소송 비용 60억 원을 대신 내준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송비 대납 의혹의 경우 규모가 기존 40억 원에서 20억 원이 추가로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제기된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 예상된다.
사안 자체가 중대할 뿐 아니라 성격 상 명백한 개인 비리에 해당하는 만큼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한 데 전제가 되는 것이 다스 실소유주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의 다스 비자금 수사 결과까지 합쳐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이 삼성 대납의혹과 다스 실소유주 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거나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건의 경우,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막힌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돼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영장 기각으로 아무래도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 전 기획관 측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 실질 심사에서 만원 권으로 10억 원이 어떻게 트렁크에 실리는 지 등을 시연한 사진까지 제출했지만, 그게 부피와 무게를 따졌을 때 가능한 얘기냐"고 반발했다. 장 전 기획관은 이 중 일부인 7000만 원만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드러난 이팔성 전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로부터의 뇌물 청탁 의혹 역시 이 전 대통령까지 직접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소환 조사했지만,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거쳐 이 전 대통령까지 돈의 흐름을 읽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주 전무 측은 자신이 관여한 이팔성 전 회장의 금품 전달과 관련해 '이팔성 메모'에 적힌 8억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당시 오만원 권이 없었다는 점과 돈이 든 트렁크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규모 자체가 2억~3억 원에 불과하고, '뇌물죄'로 엮기에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 뒤 건네진 돈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돈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거나 최소한 이 전 대통령이 이를 인지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검찰이 혹시 김윤옥 여사까지 물고 간다 쳐고, 엠비는 몰랐다고 하면 책임을 직접 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의식해 선거 출마자의 공직자 사퇴 시한인 오는 15일 전에 조사를 마친다는 것이 검찰의 내부 방침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여러 차례 조사하거나 소환 조사 뒤 구속영장 발부까지 시일을 늘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만큼 각종 혐의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