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은 빼놓은 채 '지역 인문활동가가 프로젝트 수행비(지원금) 일부를 대관료로 사용했다'는 취지로 해명해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으로 해당 행사 대관료 122만5000원을 결제해 준 시점은 지난 19일로,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이 도마에 오른 이후다. 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때 당시에 고은 시인 관련 논란 내용을 저희도 알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이 부분(결제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가 왔다갔다 할 때였고, 고은 시인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도 아닌데 행사를 취소시키기에는 사업 취지나 (인문활동가의) 전문성,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조금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나눴다"며 지원 경위를 설명했다.
또 "(행사 참석자들이) 이 행사를 위해 동아리를 구성해서 지난해 11월부터 연습해왔고, 준비해왔다. 취소제안을 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은 조금 더 주의를 살피고 적극적으로 (취소) 제안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해당 행사는 지난 23일 전북 군산 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렸으며 문체부가 주최하고, 진흥원이 주관했다. 여기에는 지역의 시낭송회 모임이 참여했으며 가을편지, 등대지기 등 고은 시인의 작품 14편이 공연과 함께 낭송됐다.
그러자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 청원에 "성폭력을 일삼은 시인의 시낭송을 주최한 정부 기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를 계획한) 지역 인문활동가는 2017년 10월 사업 참여 당시부터 지역 출신 문인 가운데 고은 시인을 자체 선정해 자율적으로 시 낭송회를 계획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문활동가별로 지급된 프로젝트 수행비의 일부를 대관료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행사의 주제나 내용, 그 외 행사비용에 대해선 문체부와 진흥원 차원의 개입이나 별도 지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통화에서 "저희는 해당 활동가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지, 그 비용을 어떻게 쓰는지는 (활동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건 인지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흥원이 논란을 인지하고 지원금을 결제해줬다는 점이 확인되자 "몰랐다는 건 문체부 입장"이라고 말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