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선수 12명에 손편지, 사진 선물
- '앓지 말라' 북한 사투리로 인사 건네
- 걱정 많았지만 함께 훈련하며 정들어
- 못 이룬 1승, 다시 만나 꼭 성공하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지연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세상에 모든 이별은 슬픕니다. 그런데 그 이별이 아무 기약이 없을 때는 더더욱 슬프죠. 어제 그런 기약 없는 이별이 있었습니다. 바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하키 남북 단일팀. 서로 부둥켜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요. 또 북한 선수들은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창문 틈으로 손 내밀고 그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세러 머리감독도 울고 참 애틋한 장면이었습니다. 실은 단일팀에 대해서 우리 선수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죠. 쉽게 말하면 껄끄러워했습니다. 그랬던 선수들인데 지난 3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듣겠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지연 선수 연결을 해 보죠. 최지연 선수, 안녕하세요?
◆ 최지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올림픽 치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최지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지연 선수도 울었어요?
◆ 최지연> 네. 정말 가족처럼 정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정말 눈물이 나왔던 것 같고 연락하면서 나중에 볼 수 있고 그런 사이면 그래도 눈물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언니들이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좀 나왔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진짜 그렇네요. 사실은 열아홉, 스물 이런 친구들이면 이메일도 주고 받고 전화도 할 수 있는 건데 아무런 연락조차 할 수 없다는 그 슬픔. 서로 뭐라고 인사 주고 받았어요, 대화는 뭐라고 하면서 보냈어요?
◆ 최지연> 서로 아프지 말고 꼭 잊지 말고 진짜 다시 만나자고 꼭 약속하면서 진짜 잘 지내고 잘 가라고 이런 식으로 계속 말 주고 받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앓지 말라고 하는데 처음에 못 알아들었거든요.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 북한 선수가 우리 최지연 선수한테 ‘앓지 말라’ 이런 식으로 하는데 뭔 말인지? (웃음)
◆ 최지연> 네. 앓지 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듣고) ‘네, 언니?’ 하는데 아프지 말라고 하는거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작은 이별의 선물도 건넸다고 제가 들었어요.
◆ 최지연> 네.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손편지를 써서 언니들이랑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해서 한 명, 한 명한테 나눠줬어요.
◇ 김현정> 손편지 한 장을 써서 대표한테 건넨 거예요?
◆ 최지연> 아니요. 한 명씩.
◇ 김현정> 12명한테 다?
◆ 최지연> 네.
◇ 김현정> 와, 그게 보통 정성이 아닌 건데 손편지라는 게?
◆ 최지연> 저도 고민을 했는데 다 각자 언니들이 간직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걸 해 주고 싶어서 그렇게 선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 최지연> 진짜 친했던 언니들도 너무 막 그거 받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되게 아기 같은 모습이어서, 언니들이 제가 애기 같을 줄 알았는데 이 편지 읽고 정말 어른 같다고 막 그랬어요.
◇ 김현정> 최지연 선수 여러분 열 아홉살입니다, 열 아홉살. 그래요. 의젓하네요, 언니들 생각하는 마음이. 최지연 선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급하게 구성이 된 거잖아요, 이 단일팀이. 그래서 우리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거 아니냐, 이거 공정성에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여론에도 갈등들이 있었고 선수들도 처음에는 걱정을 좀 했잖아요, 사실.
◆ 최지연> 맞아요. 저희도 솔직히 걱정도 되게 많이 됐고 4년 동안 저희끼리 준비했던 게 이게 뭐가 되나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요. 우리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올림픽에서 그냥 최상의 컨디션을 두고 가기 위해서 그냥 그거에 대해서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받아들이고 지내다 보니까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린 거예요? 어떻게 하다 그렇게 정이 든 거예요?
◆ 최지연> 먼저 한 공간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마음의 문이 서로 열리게 된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처음에는 서먹서먹 했어요?
◆ 최지연> 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는데 언니들도 먼저 다가와서 물어봐주고 저희 하키 운동 시간에 모르는 거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이런건 어떻게 하는 거냐, 아니면 밥 먹었는지 잘 잤는지 이렇게 다가와서 얘기해 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북한 사투리로?
◆ 최지연> 잘 잤냐고 하면 '잘 잔?' 아니면 '밥 먹언?' 이렇게 물어봐주는 거 정말 재미있었어요. (웃음)
◇ 김현정> 밥 먹언? (웃음)
◆ 최지연> 네. '지연 밥 먹언'’ 이렇게.
◇ 김현정> 처음에는 어색했겠지만 나중에는 재미있어서 따라했겠는데요. 그 말투.
◆ 최지연> 네. 저희 막 따라하고 그랬어요.
◆ 최지연> 처음에 진옥 선수가 생일이었고 그다음에 김은정 선수 그다음에 올림픽 기간중에는 김향미 선수가 생일이었어 가지고요.
◇ 김현정> 북한 중에 3명이나 생일이었어요? 와, 그때마다 생일파티 다 해 준 거예요?
◆ 최지연> 네. 그래서 저희가 처음에는 다 같이 모여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북한 언니들은 항상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노래가 따로 있더라고요.
◇ 김현정> 우리처럼 '생일 축하합니다' 그게 아니고?
◆ 최지연> 네. 그런 건데 그거 아니고... 여기서 불러야 하나요? (웃음)
◇ 김현정> 조금, 조금만 맛보기로.
◆ 최지연> '축하합니다, 생일을. 짝짝짝. 기쁨 넘치는 생일을. 짝짝짝' 막 이런 거예요.
◇ 김현정> 짝짝짝까지. (웃음)
◆ 최지연> 이게 손까지 해 줘야 하는 건데 처음에 처음 진옥 선수 생일인데 그거 듣고 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랬는데 향미 언니, 제가 김향미 선수와 제가 되게 친해졌었는데 향미 언니가 2월 10일날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향미 언니가 나 생일 때 북한 생일 노래로 불러달라고 해가지고.
◇ 김현정> 불러달라고 지연 선수한테?
◆ 최지연> 그래가지고 다른 충금 언니나, 다른 언니들한테 노래 배우고 해가지고 생일날 불러줬던 게 기억이 나네요.
◇ 김현정> 애틋하네요. 서로 생일 노래 불러주고 박수치고 그럼 안 친해질 수 없었겠어요.그런데 1승이라도 거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사실은 5전 5패라서요. 괜찮아요? 어때요?
◆ 최지연> 솔직히 단일팀으로 1승이라도 거뒀으면 정말 더 좋았을 텐데 정말 너무 아쉽고요. 그런데 라커룸 들어오면 같이 게임을 뛴 언니든 아니면 게임 안 뛴 언니든 북한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서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이런 식으로 정말 언니들이 한 명, 한 명이 저한테 말해 주니까 정말 힘이 되고 정말 감사하게 항상 생각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게 어떻게 보면 1승보다 더 값진 걸 얻은 셈이네요, 최지연 선수 인생에서.
◆ 최지연>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렇죠. 제일 친했던 사람 누구예요?
◆ 최지연> 황충금 선수랑 김향미 선수랑 제일 친했던 것 같아요.
◆ 최지연> 충근 언니 향미 언니, 너무 보고 싶고 정말 많이 슬픈데 언니들이 항상 잘 지내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항상 저를 생각해 주고 정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다시 만나서 아이스하키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다시 정말 가족처럼 장난도 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언니들.
◇ 김현정> 그래요. 저도 꼭 다시 이 팀이 모여서, 충금이 언니 향미 다 모여서 이번에 못다한 1승 그거 해야죠, 지연 선수.
◆ 최지연> 네, 꼭 하고 싶어요.
◇ 김현정> 꼭 하고 싶어요. 우리 최지연 선수 우리 하키팀의 루키입니다, 슈퍼 루키입니다.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우리 하키계의 대들보가 되어 주시고요. 꼭 북한 선수들 만나시기를 그날이 오기를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 최지연>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최지연> 네.
◇ 김현정>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으로 뛰었던 최지연 선수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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