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좋은데…개성공단 기업 방북 성사될까?

개성공단 재가동 촉구' 집회를 열었던 업체 관계자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개성공단 기업들이 정부에 또다시 방북을 신청했다.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풀린 만큼 실제 방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정부에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달 1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200여명의 방북을 승인해달라는 것이다.

방북 목적은 시설 점검과 보존 대책 마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공장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급격히 부식이 진행될텐데 하루라도 빨리 시설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만 있다면 하는게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지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뒤 시설과 원부자재 등 재산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개성공단에서 철수해야 했다.

이후 입주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3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정부는 모두 거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방북을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거부했다.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 무단 가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북한이 거부하면서 결국 방북이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평창 특별취재팀)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남북간 채널이 다시 작동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변했기 때문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는 남북 채널이 모두 단절돼 방북 의사를 전달할 경로 마저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육,해,공이 다 열리고 서해 군 통신선이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도 "과거 어느 때 보다 긍정적"이라며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잘하면 방북이 성사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입주기업들은 그러나 방북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향후 한반도 정세 변화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호사다마라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우리 정부나 미국, 여론이 부담을 가질 수도 있어 고민 끝내 조심스럽게 방북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재가동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 동의하고 싶진 않지만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인다"면서 "우리가 당장 재가동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시설물, 자식 같은 우리의 자산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 민간교류 협력에서 가장 상징적이라는 점에서 평창 올림픽 이후 민간차원에서 진일보한 첫걸음을 내딛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입주기업들이 방북을 신청함에 따라 정부는 2주일 안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북측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가 승인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어 남북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입주기업들은 대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방북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인 만큼 재가동이 아닌, 시설 점검 차원의 방북이라 하더라도 개성공단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감이 아닐 수 없다.

또 향후 남북이 관계 개선 논의 과정에서 이산가족과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이 우선 논의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문제는 대북 제재와 관련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남북, 북미 관계가 급변해 대화 화해 국면이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기업의 방북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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