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국가기록원을 열람해 필사한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방안'(08.12.15) 문건에 따르면, MB 청와대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세 단계로 시나리오를 짰다.
1단계는 2008년 12월 15일부터 16일 동안 정부와 롯데가 비공식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서에는 '정부·사업자간 협의시기이므로 LowKey 유지'라는 내용과 함께 '언론 사전 유출시 억측보도 등 파장이 예상되므로 보안철저 유지'라고 명시돼 있다.
2단계는 '롯데건축허가 신청 및 서울시 행정협의조정위 재심요청'이었다. 이에따라 롯데 측은 2008년 12월 31일 서울시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재심 상정을 요청했다.
3단계는 '행정협의조정위 심의·결정'이었고, 서울시는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설 최종 결정을 이듬해인 2009년 3월 31일 확정했다. 그리고 결국 2009년 6월 공군본부와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신축관련 서울기지 비행안전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결국 MB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설 시나리오를 작성한 지 6개월 만에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MB정부와 롯데 측이 물밑 합의 이후 MB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에 특혜를 줬다고 볼수 있는 대목이다.
◇ '전투기 안전' 걱정하던 軍, MB 靑 나서자 입장 돌변
MB청와대가 나서자 당시 군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롯데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에 가장 크게 반대했던 곳이 군이었지만 어느새 입장을 바꿔 롯데 측에 힘을 실어줬다.
제2롯데월드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은 직선거리로 약 5.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전투기 안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어 당시 군은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시나리오를 작성한 직후인 2009년 초부터 군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활주로의 각도를 조정하면 전투기 이·착륙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2009년 4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성남 기지의 활주로를 3도 전환했을 때 절차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MB청와대는 또 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언론이나 당시 야권 등에서 질문이 나올 것을 대비해 군의 예상 답변까지 적어놨다.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방안' 문서에는 '예상질의 및 답변'이란 항목에서 "공군과 국방부가 ‘불가’에서 지난 4월 대통령의 재계간담회시 발언이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이 바뀌었는데 결정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나? 국가안보가 경제논리와 정치논란에 의해 밀렸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고 예상질문을 만든 뒤 "정부 차원에서 안보·경제적 효과, 건축 후 안전 및 법률적 사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이후 최선의 해결 대안을 모색한 것임"이라고 예상답변을 달아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