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아니라 발판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전정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윤성빈이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원윤종과 전정린, 김동현(이상 강원도청), 서영우(경기BS연맹)가 은메달을 각각 수확하며 동계올림픽 참가 역사상 최초로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모두의 반대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 만든 값진 결과다. 하지만 이들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분명 희생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하지 못한 김동현과 전정린이다.
이들은 원윤종-서영우 조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유력했다. 하지만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를 끝으로 원윤종-서영우 조가 출전을 포기하며 김동현-전정린 조의 꿈도 사라졌다.
원윤종이 아픈 허리 치료 등의 이유로 월드컵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출전권은 2장에서 1장으로 줄었다. 자연스레 경쟁력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은 원윤종-서영우 조가 김동현-전정린 조를 대신해 출전했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2인승에서 아쉬운 6위에 그치자 원윤종과 서영우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하지만 원윤종-서영우 조와 김동현-전정린 조는 4인승에서 힘을 모았다. 그리고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메달리스트가 됐다.
4인승 준비를 위해 김동현과 함께 진천선수촌에서 2인승 경기를 지켜봤다는 전정린은 “(2인승 출전이 좌절돼) 처음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목표가 한 방향이니까 힘 모아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이라면 포기가 아니라 발판이 된다는 생각으로 (4인승 준비를) 더 열심히 했다”고 활짝 웃었다.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자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한국 사람은 삼세판’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던 김동현은 자신과 약속대로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년 동안 뿌린 씨를 이제 수확했다”고 메달의 기쁨을 표현한 그는 “묵묵히 응원해준 모두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이제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함께 땀 흘리며 광대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평창 대회 이후의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