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스킵(28)과 김영미(27), 김선영(25), 김경애(24), 김초희(22)로 이뤄진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3-8로 졌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럼에도 이미 대표팀은 컬링 역사를 새로 썼다. 예선 1위(8승1패)로 2014년 소치올림픽 8위(3승 6패)를 훌쩍 넘은 대표팀은 4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으며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컬링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이들의 인터뷰는 금메달 이상이었다. 주장 김은정은 일단 "우리나라 역사상 첫 메달이고 은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영광스럽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히면서도 "스웨덴은 너무나도 퍼펙트한 게임을 보여줬고 제일 높은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한 샷을 보여줬다"며 승자에 대한 축하까지 건네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자신의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줄 때는 외신 기자들까지 폭소를 터뜨렸다. 김은정은 "대회 결승에서 진 적이 많았는데 '내 이름이 김은정이라 은메달만 딴다'면서'김금정으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힘든 시기였다. 김은정은 "탑 클래스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자꾸 떨어지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면서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이렇게 흔들리는 거다 얘기했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음에도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노력했고 꽃길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더 힘들어졌지, 왜 더 힘들게 하는 분들이 많은 거지 느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이들은 이번 대회 돌풍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대회 최고 유행어 "영미야!"의 주인공 김영미는 "아직 (김민정) 감독님한테 (맡겨놓은) 핸드폰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자원봉사자와 관중이 많이 호응해주고 응원해줘서 컬링이 알려진거 같다"고 말했다.
친구인 김은정도 "분위기는 확실히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할 때 달라진 걸 느낀다"면서 "얼마나 유명한지는 빨리 인터넷을 켜봐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대회 동안 (팬 분들이) 쪽지, 선물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인기보다는 한국 컬링을 이만큼이나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게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팀 킴(Kim)'의 탄생 비화도 들려줬다. 김영미는 "고교 1학년 때 경북 의성에 컬링장이 생겨서 체육 시간에 체험 학습을 시작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은정이가 컬링하고 싶어 감독님을 찾아가니 1명 더 데려오라 해서 쪽지로 '같이 할래' 내게 물어봐서 시작했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동생들도 우연한 기회였다. 김영미는 "훈련 때 집에 두고 온 게 있어서 동생(김경애)한테 가져다 달라 했다"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컬링 여중부도 만들 것이니까 동생한테 3명 더 데려오라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동생이 중학교 3개밖에 없는 반을 돌면서 칠판에 '같이 할 사람?' 적었는데 그걸 보고 선영이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팀 킴(Kim)'의 맹활약. 아시아 컬링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을 넘어 외신 기자들까지 웃긴 인터뷰만큼은 금메달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