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24·서울시청)은 23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8초22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키얼트 나위스, 노르웨이의 호바르 로렌첸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인도 놀란 메달이다. 차민규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1~4차 대회 합산 성적이 15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날은 세계에서 3번째로 빠른 사나이가 됐다.
경기 후 김태윤은 "너무 뜻하게 않게 메달을 얻어 꿈만 같고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상으로 고전했던 때를 떠올리며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예상을 하지 않았지만 말했던 대로 감짝 메달을 따게 돼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전체 18개 조 중 15번째 조에서 뛴 김태윤이다. 나머지 3개 조 6명 선수의 기록을 기다려 했다. 김태윤은 "마지막 전 조부터 현재 2위 순위인데 그때부터 꿈만 같았고 메달이 앞에 있다는 생각에 기도만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소치올림픽에서 30위에 그친 아쉬움도 떨쳤다. 김태윤은 "첫 출전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욕심이 있었지만 성적이 당연히 안 좋게 나왔다"면서 "이번 올림픽 때는 오히려 그때부터 긴장도 안 하고 내려놓고 즐기려고 했고, 컨디션도 좋아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한 순간 느낌이 왔다. 김태윤은 "몇 위라고 예상은 못 했고 내가 생각한 기록보다 잘 타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란 생각해서 환호하고 포효했다"고 밝혔다. 이어 "몸 풀 때부터 (관중석에서) 큰 환호를 듣고 응원해주셔서 몸을 안 풀어도 가벼웠다"면서 "긴장해선지 모르겠지만 크게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됐고, 다리도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월드컵 때보다 뒤의 랩타임이 많이 안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차민규(25·동두천시청)의 선전이 영향을 미쳤다. 김태윤은 "민규 형이 자극 많이 됐다"면서 "너무 강릉에 일찍 와서 우리나라 다른 종목 메달이 나올 때마다 기뻤지만 자신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 임효준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는 응원도 크게 했는데 한 명 한 명 딸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포기하는 마음 있었는데 (오히려) 최고의 컨디션으로 편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메달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김태윤은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번 올림픽에서는 솔직히 메달 생각을 못했고 10등 안에만 들자고 했다"면서 "그런데 메달을 따면서 어떻게 타야 속도가 나는지 몸 관리 해야 하는지 많이 공부도 해서 다음 올림픽이든 국제대회든 자신있게 다 준비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윤의 진정한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