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22일 43기 기자들에게 지역 근무 발령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입사해 현재 보도국의 막내 기수다. 42기인 A 기자는 '일베 헤비 유저'라는 전력이 드러나 비제작부서에 배치돼 지역 근무를 제때 하지 못했고,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KBS 춘천·원주·강릉기자협회는 23일 성명을 내어 "왜 '일베 방송국'이라는 멍에와 시청자들의 항의, 그리고 원치 않는 주홍글씨를 강원도 기자들이 짊어져야 하나? 지우지도, 지울 수도 없는 '일베 전력' 기자가 만든 뉴스가 불러올 공신력 하락은 본사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시 한번 밝힌다! 강원도 기자들은 '일베' 기자를 동료로, 후배로 인정할 수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역 간부와 전체 구성원들에게 교감조차 하지 않은 일방적인 인사를 우리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강원영서지부 또한 같은 날 "주는 사람 마음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가? 모든 사회악을 몸소 실천했던 '일간베스트 저장소' 기자가 춘천으로 온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지금까지 우리가 싸워왔던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성명으로 분노를 표했다.
강원영서지부는 "문제가 있는 인사 시스템과 함께 문제 있는 구성원에 대한 인사도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당장 마련돼야 한다. 그 첫 대상은 '일베' 기자"라며 A 기자에게 "허언은 필요 없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물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권 40기·41기·43기 기자 36명은 인사발령에 앞선 지난 14일 공동 기명 성명을 통해 "'일베 기자'의 지역국 순환 발령을 거부한다. KBS기자를 꿈꾸던 시절, 우리가 공부하고 고민했던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낸 그를 어느 시청자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공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가? 시청자가 신뢰할 수 없는 기자를 대체 누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자격을 부여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KBS 지역국에는 순환 근무가 절실하다"면서도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없는 인력을 순환 근무로 지역에 내려보내는 것은 KBS 지역국에 대한 모욕이다.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전국 각 지역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일베 기자'는 특정 성별에 대해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방식으로 비방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대한 멸시와 편견을 드러냈던 기자"라며 "그런데도 지역 보도국 기자로 발령을 내는 것은 지역 보도국과 지역 시청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그간 끊임없이 '일베 기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순환 인사를 낸 것은 본사 자체적으로 '일베 기자' 문제를 풀어갈 노력조차 하지 않고 지역 보도국으로 떠넘기려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번 인사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지금의 경영진에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글을 맺었다.
2015년 1월 1일자로 입사한 A 기자는 과거 일베 사이트와 자신의 SNS 등에 여성·특정 인물·특정 지역 등을 비하하는 글을 수차례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 자료를 남기면 된다",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공연음란 아니냐" 등 특히 여성혐오적인 글이 많았다.
A 기자가 입사 전 일베 헤비 유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KBS기자협회를 비롯한 11개 직능단체가 임용 취소를 요구했지만, A 기자는 2015년 4월 정식 임용됐다.
초기에는 높은 비판 여론 때문에 비제작부서인 남북교류협력단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A 기자는 2016년 보도국 뉴스제작2부에 있다 지난해 사회2부로 옮겨 '뉴스9' 등에서 취재·보도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