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금빛 질주, 매트릭스 피겨 점프…5G는 거들뿐

원하는 선수만 '콕' 선수 시점에서 더욱 실감나게…세계 최초 5G 올림픽 구현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최민정 선수가 중국 선수를 앞서는 순간, 경기장 벽면을 따라 설치된 카메라 100대가 일제히 작동했다.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을 넘어서는 정지 화면이, 90도가량 움직이며 금빛 질주의 결정적 순간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맨 눈으론 놓칠 수밖에 없었던 중국 선수의 '나쁜 손'과 캐나다 선수의 진로 방해도 100대의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이들 100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포착한 한국 대표팀의 추월 장면과 중국 선수의 반칙에도 꿋꿋이 버티며 결승선을 넘는 순간은 타임슬라이스로 전파를 탔다.

타임슬라이스는 찰나의 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하는 실감형 미디어 기술로 꼽힌다. 이 생생한 장면은 서버를 거쳐 중계방송사와 경기장 내 ICT 체험존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쇼트트랙 여자 경기에 나선 최민정 선수.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타임슬라이스는 쇼트트랙 외에 피켜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에도 적용됐다.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 선수가 빙판 위를 뛰어오를 때도 카메라 100대는 동시에 작동했다.

약 3분간의 연기가 끝난 뒤 TV 중계화면에는 도움닫기부터 공중 동작까지 최 선수의 점프가 연속 정지 동작으로 찍혔다.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전과 아이스하키에서 지난 20일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에 만회의 1골을 넣는 장면에도 타임슬라이스가 적용됐다.

타임슬라이스는 카메라만 구비된다고 해서 되는 기술이 아니다. 고화질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야 하는 만큼 초고속 대용량 통신이 필수다.

이 역할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KT가 맡았다. 3년 전부터 이를 준비해온 KT의 5G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로, 현재 LTE 속도 400∼500Mbps보다 40∼50배 빠르고, 처리 용량도 100배 많다.

KT는 2018 평창 올림픽 곳곳에 5G 기술을 접목했다. 주요 경기장에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5G 기지국과 태블릿 크기의 소형 단말을 연결한 것이다.

옴니뷰, 싱크뷰 등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는 방송사가 보내주는 화면이 아닌 '나만의 경기 중계'를 가능케 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에 적용된 옴니뷰는 중계화면이 아닌 경기장 내 ICT 체험존에서 5G 단말로 즐길 수 있다.

옴니뷰는 선수마다 초정밀 GPS를 부착, 통신용 모듈(60g)과 배터리를 장착해 각종 정보를 단말로 전송한다. 또 경기 코스 곳곳에 설치된 17대의 풀HD 카메를 통해 선수의 이동 경로와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가 제공한 5G 태블릿에는 총 30㎞에 이르는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이 3D 입체 그래픽으로 나타났고, 모든 선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선수를 손 끝으로 '터치'만 하면 된다. 현재 위치를 코스에서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그가 지나가는 곳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중계돼, 선수가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 올림픽 경기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싱크뷰'는 봅슬레이 중계에서 만날 수 있다. 싱크뷰는 초고속 카메라에 5G 통신모듈을 탑재해 선수 시점의 영상을 제공한다. 집안에서도 마치 봅슬레이 선수가 된 것처럼 빙판을 가르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지난 9일 개회식에서 전인권과 이은미 등 가수 네 명이 이매진을 부를 때 선보인 '평화의 비둘기' 퍼포먼스에도 5G 기술이 적용됐다.

1200명의 공연자가 LED 촛불로 평화의 비둘기를 만드는 이벤트를 할 당시 KT는 5G 망과 단말을 통해 촛불의 밝기와 점멸 여부를 실시간 수준으로 제어했다. 반응 속도가 0.001초에 불과한 5G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KT는 공연을 위해 5G 망과 연결되는 LED 촛불을 제작했고, 5G 단말을 통해 조종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KT 관계자는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서 LED 촛불이 정확하게 제어돼야 했는데 1천200명이 수동으로 연습을 통해 맞추기는 어려웠다"며 "LED 촛불이 무선으로 제어되면서 공연자들이 다른 부분에 더 집중해 연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 5G'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츠 그란리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사무총장을 비롯 요시자와 카즈히로 NTT도코모 사장 등 쇼트트랙 경기를 100여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하고, 영상을 5G 단말로 실시간 전달되는 장면에서 KT가 5G 기술로 올림픽 경험 방식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요시자와 NTT도코모 사장은 "KT가 5G를 올림픽에 적용한 사례를 바탕으로 2020 도쿄 올림픽대회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TV 중계로 보는 타임슬라이스 영상은 실시간 영상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보여주는 이 영상은 올림픽 주관 방송사(OBS)가 편집한 것이다. TV에서 시청자가 접하는 타임슬라이스 영상은 경기가 잠시 중단된 시점에, 방송사가 이를 편집해 다시보기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실시간 타임슬라이스 영상은 5G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강릉·평창 일대 전시관에서 5G 전용 태블릿PC로만 볼 수 있다. 일방향으로 송출하는 TV 중계와는 달리 5G용 태블릿 화면을 좌우로 밀어가며 다양한 시점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원하는 각도로 자유자재로 보는 것도 큰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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