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연일 뜨겁지만 정부의 대처 속도는 거북이걸음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지난 20일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지만 원론적 내용으로 '뜬구름 잡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가부가 발표한 10대 과제는 △학교 교과목 성평등 내용 강화 △교과서 성평등성 모니터링 강화 △예비교사 대상 성평등 의식 제고 △1인 미디어 자율 규제 및 성형·외모 관련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및 담당수사관 성인지 감수성 제고 등이다.
이윤택 연출가 사태를 비롯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시점이었지만,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실태 조사나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여가부 측은 이와 관련해 "우리 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공공부문에 대한 성희롱 방지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문화예술 분야는 문체부에서 따로 보도자료를 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체부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문화예술계 성폭력 신고센터 3곳을 추가로 설치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성폭력은 결국 형사사건으로 경찰 수사가 들어가야 할 사안"이라며 "실질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진상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문체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고, 우리는 정책으로 뒷받침할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서도 개별적으로 접수되는 형사 사건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일 뿐 적극적 움직임은 없었다. 경찰청 성폭력수사기획 담당자는 "사건들이 접수되면 법률에 따라 수사에 착수하는데, 오래된 사건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에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렇다 보니 관계기관 협조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가부 담당자는 관련 질문에 "앞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추상적 계획만을 밝혔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지금까지 담당 직원들이 한,두 차례 통화를 한 수준에 불과했다.
현장에선 '미투' 운동에 참가한 피해자 보호, 관련자 처벌, 근본적 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먼산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특히 신상 노출과 가해자들의 태도로 인해 또다른 2차,3차 피해에 노출된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적극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인소셜유니온 하장호 위원장은 문체부 등 부처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비판하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하 위원장은 "심리 상담 및 치료, 변호사 연계를 통한 법률적 조력 등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직접 참여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