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결은? 0.2mm 얼음 층층이 쌓아
- 빙속 3cm·피겨 5cm…관중수까지 계산
- 몇명 없는 '얼음장인' 매료돼 입문
- 어렵고 재밌는 얼음, 사명감 느껴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배기태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아이스아레나 아이스 테크니션)
◆ 배기태>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선수 섭외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 배기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말 바쁘시더라고요.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 배기태> 보통 오늘 아침 같은 경우는 제가 6시 15분에 일어났거든요. 나오고 그저께 같은 경우에는 5시 반. 그래서 얼음판에 나오면 물 양이나 얼음 깎는 양 그런 거를 리포트를 해서 주는 거죠, 정비 기사한테. 그런 거를 해서 몇 번의 연습이 있는지를 보고 거기에 따라서. 왜냐하면 얼음 두께와 관계되는 거기 때문에요. 물 쓰는 양하고 얼음 깎는 양을 충분히 잘 알려줘야 돼요.

◆ 배기태> 그렇습니다.
◇ 김현정> 끝나고 나면 다시 빙질 체크하고.
◆ 배기태> 네. 거기에 따라서 프러딩이라고 하는데 차로 물을 얼마만큼 줘야 된다.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하고 이제 퇴근을 하죠.
◇ 김현정> 그게 몇 시쯤?
◆ 배기태> 빠르면 한 10시 반, 11시. 빠르면. (웃음)
◇ 김현정> 빠르면. 그렇게 고생고생하면서 이 얼음판을 관리하고 계시는데 지금 온 동네방네가 아니라 온 세계에 소문이 자자해요. '평창 빙질 정말 좋다.' 이런 칭찬 듣고 계시죠?
◆ 배기태> 가끔 들기는 하는데 솔직히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왜냐하면 여러 아이스 테크니션 사람하고 같이 하는 거니까요.
◇ 김현정> 겸손의 말씀이시고. 혹시 찾아와서 인사 건네는 선수나 스태프는 없었습니까?
◆ 배기태> 일단 쇼트트랙 대표팀 같은 경우에는 연습 때나 시합 전에 꼭 감독님 오셔가지고 너무 고맙다고 그러고.
◇ 김현정> 너무 고맙다고.
◆ 배기태> 그렇지만 제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까 쇼트트랙이 우리가 강하다고 보니까 한국 코치가 감독이 와서 자꾸 저랑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여기 또 외국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냥 눈빛 보면 알아요. 항상 눈인사만 합니다.
◇ 김현정> 눈빛으로 고맙습니다. (웃음)
◆ 배기태> 엄지 한 번 들어주고 그렇죠. 대놓고는 할 수는 없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단 빙판을 만드는 보통의 방법은 뭐예요. 저는 그거부터 모르겠어요. 그냥 물 넣고 얼음 얼리고 땡 이런 건 아닌 거죠.
◆ 배기태> 절대 그건 아니죠.
◇ 김현정> 절대 아니죠. 종목보다 다 달라요, 두께가? 원하는 두께가?
◆ 배기태> 스피드를 요구하는 경기장들은 대략 한 3cm, 3.5cm 내외입니다.
◆ 배기태> 피겨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많은 점프도 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심한 경우에는 1.5cm, 2cm도 파여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얼음 깨져나가는 게.
◇ 김현정> 한 번 점프할 때마다.
◆ 배기태> 네. 그렇기 때문에 보통 한 5cm 정도 유지를 하거든요, 얼음 두께를.
◇ 김현정> 다르군요, 종목마다 원하는 얼음의 컨디션이라는 게. 그러면 어떻게 만드세요?
◆ 배기태> 많은 사람들이 3cm면 한 3cm 정도의 물을 채워서 가만 놔두면 다 얼 것이다. 우리 먹는 얼음 얼듯이요. 그렇게 생각 하시는데, 그런데 그렇게 얼린 집 얼음을 꺼내보세요. 불투명해요. 뭔가 이렇게 공기 같은 것도 보이고.
◇ 김현정> 맞아요.
◆ 배기태> 그래서 경기를 하기 위한 얼음은 굉장히 우리 적출한다고 그러죠, 얇게 얇게. 대략 한 번 저희가 얼음 작업을 하는 데 0.2에서 0.3mm 씩 왔다 갔다하면서 얼음을 만들어요.
◇ 김현정> 겹겹이 쌓는 거예요? 한 번 물 확 부어서 3cm 만드는 게 아니라.
◆ 배기태> 네. 겹겹이 쌓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럼 피겨 경기장 5cm라고 하면 0.2씩 쌓아야 되니까 어떻게 됩니까? 25겹...?
◆ 배기태> 아니죠. 250번.
◇ 김현정> 아, 250번.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이게?
◆ 배기태> 여러 번 반복을 하는 거죠. 마지막에는 뜨거운 물도 많이 사용을 해요.
◇ 김현정> 왜요?
◆ 배기태> 한 40도씨 물이 일반 찬물보다는 조금 빨리 얼어요.
◇ 김현정> 아, 그래요? 저 몰랐어요. (웃음)
◆ 배기태> 신기하게도 그런 게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정빙차로 싹 긁어내버리면 아주 지저분한 물질이 다 걷어 나오거든요. 그러면 계속 깎다 보면 하얀 눈이 나올 때까지 깎으면 정말 제대로 된 얼음이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정빙차로 싹 다듬어주면 완성.
◆ 배기태>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예요. 얼음이 다 완성이 되면 그날의 어떤 외부 온도, 습도, 그날 당일의 관중의 숫자. 예를 들어서 기뻐서 웃고 박수치고 숨 쉬고 하면 실내 습도도 상승하고 기온도 상승합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1000명이 들어 차는 것과 200명이 들어 차는 것은 공기가 다르고 얼음이 녹는 게 아주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
◆ 배기태> 그렇죠. 그 시합 직전까지. 얼마나 표가 팔렸는지 그것도 계속 체크를 해요.
◇ 김현정> 굉장히 신기하네요. 이런 아이스 테크니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됩니까?
◆ 배기태> 솔직히 제가 알기로는 별로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이걸 해 볼 수 있는 그런 장이 많지를 않아요.
◇ 김현정> 별로 없는 게 몇 명 정도, 대략. 셀 수 있을 정도예요?
◆ 배기태> 글쎄요, 그 정도도 안 될 것 같아요.
◆ 배기태> 저는 2000년도에 컬링 아이스 테크니션이 외국에서 왔는데 보고 매료가 됐고요, 거기에.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이제 시작한 거죠.
◇ 김현정> 제일 힘든 건?
◆ 배기태> 제일 힘든 거는 얼음이 제일 힘들어요. 제일 재미는 있지만 제일 힘든 게 얼음이 제일 힘듭니다.
◇ 김현정> 얼음 관리하는 일?
◆ 배기태> 네.
◇ 김현정> 그렇게 힘든데도 힘든데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보람이 느껴지기 때문에 하시는 걸 거 아니에요.
◆ 배기태> 건방진 얘기인지는 몰라도 나의 조그마한 사명감 같은 거죠, 요즘은. 목적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요.
◇ 김현정> 뭔가 선수들을 위해서 좋은 얼음을 제공해 줘야 된다는 사명감. '우리나라에 몇 명 없지 않은가.'
◆ 배기태> 그래서 좀 더 제가 노력을 해서 이런 걸 하고 싶은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그러한 일을 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아직 경기 남았잖아요, 올림픽. 끝까지 반짝반짝 질 좋은 얼음판 좀 만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배기태> 대단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이스 테크니션 지금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얼음판을 만들고 계신 분이에요. 배기태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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