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평론가협회 "미투 지지… 모든 성폭력 반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 사회로 가는 구조적 개혁 이뤄내야"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열린 이윤택 연출가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극단의 한 관계자가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하루가 다르게 연극·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미투'('나도 당했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것)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모든 위계폭력·성폭력'에 반대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윤리적·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21일 공식입장을 내어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폭력적 관행에 무감했던 점, 피해자들의 상처와 불이익에 무지했던 점, 작품의 결과만을 평가하고 제작현장의 비윤리적 행태에 둔감했던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me_too 말하기로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여 연극계가 자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me_too를 지지하고 이에 적극 동참한다"는 뜻을 전했다.

협회는 "이번 사태는 성범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연극계에 만연한 위계폭력과 무관하지 않다. 학교와 극단 내 스승과 제자, 선후배, 젠더 간의 뿌리 깊은 위계 문화가 가해자들의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자신의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바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성폭력 사태는 특정 인물이나 극단에 국한되지 않은 연극계 전체, 더 나아가 예술계 전반의 문제이며 일회적이거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며 "이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어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공론화에 앞장서겠다. 윤리적, 법적인 차원의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일로 연극계가 위태로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강한 연극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며 △연극계 내 모든 위계폭력·성폭력 반대 △가해자들에 대한 윤리적·법적 차원의 처벌 강력 촉구 △비평 활동을 통한 위계폭력·성폭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 등 3가지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역시 같은 날 "성범죄자 이윤택을 처벌하라! 문제는 성차별적 권력 구조"라는 입장을 냈다. 특히 성추행은 인정했으나 성폭행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명한 이윤택 감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윤택 감독은 성폭력을 '성관계'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자들이 힘겹게 폭로한 범죄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스승' 지키기 위해 범죄를 은폐하려 한 내부의 동조자들은 오 씨의 표현대로 '지옥의 아수라'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윤택 연출가 (사진=박종민 기자)
이들은 "여러 사람이 속한 공간에서 성폭력이 '관습'이 되고, 은폐되고, 조장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적인 사회문화, 권위적인 조직문화, 여성혐오적인 남성문화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조직 내 권력자들이 주변 관계는 물론 캐스팅이라는 생존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더욱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조직은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피해를 외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쏟아지는 '미투' 말하기와 이들의 고백을 지지하는 '위드유'를 언급하며 "이 같은 연대가 가능한 것은 성폭력이 여성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처벌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MeToo 말하기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표한다. 또한 가해자들의 처벌 과정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이며,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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