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같은 내용의 워싱턴포스트(WP) 보도 이후 성명을 내고 "펜스 부통령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대표단과 잠시 만날 뻔 했다"면서 "부통령은 이를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이 막판(the last minute)에 회동을 취소했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최대의 화두는 바로 북미 간 접촉이었다. 최종적인 비핵화와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미관계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첫 걸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가 너무도 아쉽게 날아간 것이다.
미국은 회동을 취소한 북한에 책임을 돌리며 "아쉽다"고 말했지만, '대화'의 속성을 들여다볼 때 어느 한 쪽만 비난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회동을 취소한 이유와 관련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평창올림픽 방한 기간 집중된 미국의 대북 강경행보이기 때문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할 때 자리에 앉아 박수도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마련한 리셉션 자리에 '지각 입장'했고,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과 함께 앉도록 마련된 테이블을 5분 만에 떠나며 '외교 결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은 북한을 비난했지만, 미국 역시 북한과의 '자연스러운' 조우 기회마저 피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사례는 북미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에 충분한 '진정성'이 깃들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이 어렵게 마련된 자리를 2시간 전 취소한 것은 비판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던 미국이 모처럼 찾아온 북한에 대한 탐색 기회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역시 의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웜비어 씨와 함께 방한한다고 했을 때 동계올림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를 개막식까지 참석시키겠다는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부 기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신들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성과에 대해 '완패'란 결론을 내리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불발 배경을 설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에게는 평화로운 삶의 문제가 미국 정치가들의 머릿속에서 장기판 위 하나의 '말'로 치부된다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오는 23일 폐막식에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을 파견한다. 그녀는 국내 탈북민 단체에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10~20대 여성들을 만나고 싶다"며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북미 간 갈등구도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중요하지만, 동시에 '대화'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녹아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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