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3명이 함께 뛰는 경기에서 2명만 앞서 달리고 나머지 1명이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한 것. 한국 대표팀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체대)가 앞에서, 노선영(콜핑팀)이 뒤에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의 모습이 논란을 키웠다. 노선영이 홀로 울먹이는데도 김보름, 박지우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그냥 지나치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저히 한 팀으로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여기에 김보름은 중계 인터뷰에서 냉소를 날리며 준결승 진출 무산의 탓을 노선영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노선영은 없었다' 노선영에 대한 사과는 더더욱 없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기사에는 김보름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그를 후원하는 의류업체는 불매 운동에 화들짝 놀라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들의 팀 워크 논란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표팀 백철기 총감독과 김보름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역효과가 났다. 백 감독은 "노선영 본인이 뒤에서 뛰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회견에 감기를 이유로 불참한 노선영이 이후 한 방송사와 전화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백 감독은 이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자회견에서 거짓말을 했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막장 드라마?' 노선영 vs 감독, 누가 거짓말을 하나)
올림픽 도중 벌어진 이번 사태의 본질이 연맹의 실권을 쥔 전 부회장과 반대파의 알력 다툼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 선수단 부단장으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빙상 종목을 총괄하는 전 부회장을 흔들어 연맹 집행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키려는 대리전 양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런 파벌 다툼 양상은 최근 매 동계올림픽마다 있었다. 2006년 토리노대회 때는 대표 선수들이 한체대와 비(非)한체대로 나뉘어 훈련하는 일이 있었고,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국내 선발전에서 같은 파벌끼리 경기를 조작하는 이른바 '짬짜미'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2014년 소치올림픽은 파벌의 진흙탕 싸움이 극에 달한 대회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맹활약한 가운데 안현수의 아버지가 귀화 배경이 전 부회장 때문이라고 폭로하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부조리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전 부회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정작 안현수는 파벌 싸움 때문에 귀화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후 박근혜 정권은 붕괴됐고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연맹 부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명예 회복을 이루는 듯했다.
일단 전 부회장의 복귀 이후 한국 쇼트트랙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여자팀은 이미 소치올림픽과 같은 금메달 2개를 따냈고, 1000m 금메달까지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치 대회 '노 메달'에 그친 남자팀도 1500m 임효준(한체대)이 금메달, 서이라(화성시청)가 1000m 동메달을 따냈다. 최민정(성남시청)을 빼면 대부분 전 부회장의 제자들로 이뤄진 쇼트트랙 대표팀이다.
하지만 매번 올림픽마다 불거진 전 부회장의 그늘도 짙다. 앞서 언급했듯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선수들 외 다른 선수들이 소외되는 모양새 때문이다. 매 대회 다수의 메달을 따내지만 성적 지상주의에 밀린 선수들의 서운함이 양날의 검처럼 따라다닌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 부회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드러냈지만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전 부회장이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도 논란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 이면에는 한국 빙상의 고질인 파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갈등 폭발' 女 빙속, 하나된 쇼트트랙이 보이지 않나
★최민정 金 작전명? '황새가 뱁새 진 빼놓기'
★심판도 놀랐다 "윤성빈, 그런 허벅지는 내 평생 처음"
★"9만 개 中 댓글 폭탄?" 서이라의 유쾌한 대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