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은 없었다' 노선영에 대한 사과는 더더욱 없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 팀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준준결승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강릉=CBS특별취재팀)
노선영(29·콜핑팀)은 없었다. 대신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백철기 총감독과 김보름(25·강원도청)만 나왔다.

1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불거진 파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이다. 20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회견에 가장 중요한 노선영이 빠졌다.

백 감독은 "먼저 어제 어제 팀 추월 경기가 종료된 후에 많은 분들께서 비난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말씀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노선영이 처지게 된 점은 4강 진출을 위한 기록을 위해 선수들이 앞서게 됐고, 이를 얘기했지만 경기장의 (응원) 분위기 때문에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보름도 "제가 어제 경기를 하고 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보시고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은 거 같다"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후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가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 팀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준준결승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강릉=CBS특별취재팀
전날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과 박지우(21·한국체대)는 스퍼트를 펼쳤지만 노선영은 뒤처졌다. 마지막 골인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팀 추월에서 노선영만 뒤처진 상황은 사뭇 이해하기 어려웠다.(★'갈등 폭발' 女 빙속, 하나된 쇼트트랙이 보이지 않나)

여기에 김보름의 경기 후 인터뷰가 논란을 키웠다. 김보름은 중계 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다시 이렇게 같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팀 추월 연습을 많이 해왔어요"라면서 "이렇게 시합을 출전하게 됐는데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네, 뒤에 조금 저희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인터뷰 중간 냉소를 날리는 모습이 포착돼 노선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노선영은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에 나서게 된 선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한 가운데 김상항 연맹 회장의 사과 속에 러시아 선수의 금지약물 징계로 출전권이 생겨 평창을 밟게 됐다. 이 과정에서 노선영은 김보름이 모교인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해 팀 추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하기도 했다.

결국 팀 추월 경기에서 노선영만 이른바 '왕따'를 당한 듯한 모습이 나온 것이다. 경기 후에도 노선영은 함께 있던 김보름, 박지우와는 떨어져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김보름, 박지우 등에 대한 비난이 폭발했다. 김보름을 후원하는 의류 업체는 불매 운동에 화들짝 놀라 28일 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9일 강릉 오발경기장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노선영이 결승선을 통과해 트랙을 돌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선수단은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 격인 노선영은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백 감독은 "(회견장으로) 나오기 전에 (노선영이) 저한테 심한 몸살이 와서 도저히 참석할 수 없다고 해서 못 왔다"고 설명했다.

김보름은 노선영과 이후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경기 후에는 시간이 늦었고 선영이 언니와 방이 달라서 따로 대화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는 뜻이다.

이날도 김보름은 사과는 했지만 노선영에 대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의 인터뷰를 보고 상처를 받은 많은 분들에 대한 사과였다. 김보름은 "억울한 부분은 없다"면서 "(상황이 그렇게 된 데는) 내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인정과 사과는 다른 부분이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애초 둘이 앞서고 노선영이 처지는 작전은 노선영의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백 감독은 "많은 관계자들이 노선영을 마지막에 끼워서 가지 않았냐 의구심을 제기하시더라'면서 "그러나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 중간에 넣고 가는 것보다 속도를 유지시켜 가자고 한 것은 노선영이 직접 얘기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선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노선영, 박지우, 김보름이 19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역주를 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백 감독은 경기를 남긴 선수들을 염려했다. 이날 박지우도 회견에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백 감독은 "기자 분들이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게 아직 어리다"면서 "오지 못한 이유도 많은 충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우도) 노선영 언니가 안 가면 나도 못 간다며 덜덜덜 떨었다"면서 "남은 경기 잘 치르게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보름, 박지우가 나서는 매스스타트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백 감독은 "여러분들 모두 아시겠지만 순위전도 있지만 매스스타트도 있다"면서 "상황을 봤을 때 (김보름, 박지우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데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 같다. 힘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더욱 힘들어 할 게 뻔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노선영은 없었고, 노선영에 대한 사과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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