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한미동맹'이란 말을 빼 놓을 수 없다. 한미동맹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군사적 동맹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이 우리나라 철강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통상압력이 거세지면서 '한미동맹'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규제 대상에는 캐나다와 일본, 독일, 대만 등 다른 우방국들은 빠지고 유독 한국만 포함된 점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정치권은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우려를 같이했지만 원인을 놓고는 전혀 딴판이다.
야당은 미국의 통상압력이 한미동맹 균열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 미국은 '자유무역'이라는 세계 경제 질서를 거스르면서 보호무역 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며 재협상 카드를 꺼내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출 제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미 수출품도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는 사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이는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 일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이후 대북 문제에 대한 의견차이가 미국의 통상압력을 불러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오히려 미국은 자신들의 로드맵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는 동맹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보 관점보다는, 이해득실을 따지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얘기지만, 보수야당의 주장처럼 우리가 좀더 미국의 '비위'를 맞췄다면 통상 압력은 완화됐을 것으로 기대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실제 이런 가정법이 현실화했을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주의는 미국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가 냉혹한 현실 앞에서 비판에만 열을 올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한미동맹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다. 한미동맹은 공정한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단초가 될수 있는 몇가지 팩트가 있다.
2016년 기준 방위사업청 개청(2006년) 이래 한국이 도입한 미국산 무기는 36조어치가 넘는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 한해 국방비와 맞먹는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등 다른 무기 도입 사업을 위해서도 10조원 이상의 돈을 미국에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평택 미군 기지 조성에도 우리나라는 8조9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