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평가항목 가운데 20%인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50%로 확대되는 등 재건축 추진이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사업의 일부 부작용을 방지하고 주거환경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대로 안전진단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그간 지나치게 완화된 규정을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건축 사업이 시장 과열과 맞물려 추진되면서, 사회적 자원 낭비와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먼저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시설안전공단이나 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구조체 노후화나 균열상태 등 현지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한편, 불필요한 안전진단에 드는 매몰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행 현지조사는 10% 이상 동의를 얻은 주민 요청이 있을 때 시장·군수 등이 육안조사나 설계도서 검토 등을 통해 '유지보수'나 '안전진단 실시'를 판정하게 돼있다.
반면 '주거환경' 항목은 2006년 10%에서 2009년엔 15%, 2015년엔 40%로 가중치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현재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 등 주거 편리성과 쾌적성에 무게가 실려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결국 구조적으로 안전한데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사회적 낭비를 키운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정부는 사업의 본래 취지대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까지 상향조정하되, 주거환경은 15%, 시설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재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주거환경 평가결과 E등급을 받는 등 극히 열악한 경우엔 구조안전성 등 다른 평가 없이 곧바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현행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안전진단은 100점 가운데 55점을 넘으면 '유지보수',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일 때는 '재건축'으로 판정하게 돼있다.
이 가운데 '조건부 재건축'은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 없는 상태이지만, 시장이나 군수가 주택시장과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대부분의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곧바로 재건축사업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재건축' 판정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의 진단 결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이 안전진단을 실시한 경우엔 추가적인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포항 지진 당시에서 보듯 이미 안전상의 문제가 확인된 건축물 역시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특별법에 따른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로 분류됐다면, 도시정비법상 안전진단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당국은 이같은 내용들을 반영한 도시정비법 시행령 및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부터 입법·행정예고하기로 했다.
바뀐 안전진단 기준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안전진단 기관에 처음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가 결정된 경우라도 새로운 기준 시행일에 실제 안전진단 의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새 기준이 적용된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가운데 아직 안전진단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지난해말 기준 10만 3822세대에 이른다. 목동 대단지가 밀집한 양천구가 2만 4358세대로 가장 많고 노원구도 8761세대나 된다.
이어 강동구는 8458세대, 송파구는 8263세대, 영등포구는 8126세대, 강남구는 7069세대 순이다. 지난해 하반기 상당수 재건축이 시작된 서초구는 2235세대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안전진단 절차와 기준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고려하는 동시에 구조안전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