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우(경기BS연맹)는 한참을 말끄러미 시상대만 쳐다봤다. 입을 더 앙다물며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촉촉해지는 눈가는 어쩔 수 없었다.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시선만 시상대에 고정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함께 고생했던 동료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 앞에서는 몇 번이고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 조는 19일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6위로 마쳤다.
올 시즌 8번의 월드컵 가운데 막판 5번을 포기할 정도로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는 컸다. 400번이 넘게 트랙을 달리며 눈으로, 또 몸으로 적응을 마쳤다. 당당히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8개 금메달 가운데 1개를 가져오겠다는 포부는 남달랐다.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며 예상 못 한 변수가 찾아왔다. 1차 시기 출발 순서가 30개 출전팀 가운데 가장 늦었다. 훈련할 때보다 트랙의 빙질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나왔고, 부담은 커졌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실수의 그림자는 컸다.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를 마치고 CBS노컷뉴스와 만난 서영우는 “마지막 팀이 피니시를 통과했을 때 캐나다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고 좋아하는 걸 보면서 저 함성이 우리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머쓱한 듯 웃음을 지었다.
눈물이 그득한 눈으로 시상대를 우두커니 지켜봐야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저 자리에 정말 올라서고 싶었다. 정말 욕심이 났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쳐다봤다. 그리고 4인승 때는 꼭 시상대에 올라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서영우는 그렇게 자신과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와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선 서영우는 그대로 울어버렸다. 자신의 앞에 있던 동료, 가족의 모습을 보자마자 꾹꾹 참았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했다. 그저 미안했다. 그렇게 서로가 한참을 끌어안은 채 뜨거운 눈물만 흘렀다. 서영우의 터져버린 눈물을 조용히 지켜보던 원윤종도 등을 돌려 먼 산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 누구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두 명의 거한이 눈물을 거두기만 기다려야 했다.
서영우는 21일부터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메달 도전을 위해 다시 썰매를 밀어야 한다. 하루에 두 번씩 연습 주행을 하고 나면 25일과 26일에 걸쳐 총 4번의 주행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남자 봅슬레이 4인승은 서영우, 원윤종과 함께 전정린, 김동현(이상 강원도청)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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