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초 차이를 다투는 쇼트트랙에서 0.755초는 엄청난 격차다. 특히 최민정은 13바퀴 반을 도는 레이스에서 후미에 처져 있다가 후반부인 11바퀴째 시동을 걸더니 폭발적인 질주로 경쟁자들을 추월했다.
무엇보다 경쟁자들과 충돌을 피해 아웃코스를 도는 체력 부담에도 더욱 스피드를 끌어올린 쾌속질주가 압권이었다. UPI 통신 등 외신들은 "최민정은 압도적으로 막판 무서운 질주를 보여줬다"면서 "첫 11바퀴와 달리 마지막 2바퀴는 기어 변속을 한 것 같았다"며 극찬했다.
이런 질주가 가능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론 최민정의 우월한 체력과 스피드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여기에는 대표팀의 치밀한 작전이 숨어 있었다. 박세우 여자 대표팀 코치는 17일 강원도 강릉영동대 링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최민정의 폭풍 질주의 비결을 들려줬다.
일단 언급한 대로 최민정의 엄청난 체력이 바탕이 됐다. 박 코치는 "우리 대표팀은 훈련량도 많고 최민정은 지구력도 타고 났다"면서 "또 순발력도 한국 선수 중에는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뱁새가 황새를 따르려다 지레 지쳐버린 것이다. 박 코치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외국 선수들이 자기에 맞는 속도로 가다 보면 체력 안배가 된다"면서 "마지막에 힘이 남아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하면 우리들이 추월하다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힘들지만 우리가 먼저 속도를 올려놓으면 상대가 지치고 체력이 준결승 예선보다 훨씬 떨어지게 된다"면서 "그게 주효했고 그래서 최민정이 수월하게 격차를 벌렸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은 최민정이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박 코치는 "체력이 없으면 나부터도 움직일 수 없고 (속도를 높이려는 작전을) 시작도 못 한다"면서 "괜히 시작했다가 안 움직여주면 나만 힘쓰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최민정이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작전이 주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깜짝 놀랐던 최민정의 막판 질주. 본인의 피나는 노력과 타고난 순발력, 여기에 코칭스태프의 절묘한 작전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진 금빛 합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