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최민정(20 · 성남시청)과 주장 심석희(21 · 한체대), 맏언니 김아랑(23 · 고양시청)이 17일 오후 7시부터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1500m에 출전한다. 예선을 거쳐 준결승, 결승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첫 금 도전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3일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2위로 골인했으나 반칙이 선언돼 실격되면서 메달이 무산됐다. 이에 앞선 예선에서는 심석희와 김아랑이 탈락해 500m를 노 메달로 마쳤다.
하지만 1500m는 다르다. 대표팀이 초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최민정이 3번 정상에 올랐고, 심석희가 나머지 3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둘이 랭킹 1, 2위다.
대표팀은 1500m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맏언니 김아랑은 16일 훈련을 마친 뒤 "1500m는 500m보다 자신감 있는 종목으로 결승에 3명 다 올라가는 게 목표"라면서 "개인적으로도 500m 탈락하고 1500m에 집중하겠다고 한 만큼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자 대표팀의 선전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 10일 남자 1500m에서 임효준(한체대)이 우승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 소식을 안겼다. 김아랑은 "남자 쪽에서 좋은 스타트 끊어줬다"면서 "1500m는 예전부터 우리가 많이 메달을 땄던 종목이기도 해서 조금 더 1500m에서 포커스를 맞췄던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첫 金' 임효준, 그는 英 전설이 찍은 남자였다)
이에 분노한 한국 네티즌들의 비난의 글이 부탱의 SNS를 초토화하기도 했다. 부탱은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14일 시상식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저간의 마음고생을 드러낸 바 있다.
김아랑은 예선에서 부탱과 맞붙는다. 500m 예선에서도 김아랑은 이른바 '나쁜 손'으로 유명한 판커신(중국)과 한 조에 속한 바 있다. 주목받는 선수와 잇따라 대결하게 됐다. 김아랑은 "제가 화제의 선수 하고만 대결한다"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겠다는 자세다. 김아랑은 "부탱과 대결하는데 솔직히 경기할 때 그런 걸 신경쓰다 보면 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 다할 뿐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고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올림픽 등 최근 부탱과 묘한 인연이 됐지만 평소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기도 하다. 김아랑은 "훈련할 때 만나면 서로 "너도 킴(Kim)이고 나도 킴이네' 이렇게 말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김아랑은 성(姓)이, 부탱은 이름이 'Kim'인 것이다. 김아랑은 "부탱의 이름이 왜 Kim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후 김아랑은 인터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응했다. 파이팅 포즈 뒤 "킴 부탱, 이긴다!"는 말에 김아랑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만큼 묘한 감정 없이 신경쓰지 않고 경기를 치르겠다는 뜻.
다만 최민정의 실격이 나온 만큼 판정을 더 주의하고 있다. 김아랑은 이번 올림픽에서 부쩍 엄격해진 판정에 대해 "매해 월드컵마다 우리끼리도 미팅했던 부분"이라면서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아랑은 500m 경기가 끝나고 맏언니답게 최민정을 위로해줬다. "같이 방을 쓰고 있어서 위로도 해주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줬다"면서 김아랑은 "무척 성숙한 친구라서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기특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생각을 예쁘게 하는 친구라서 잘 이겨내고 잘 추스리고 바로 다음 1500m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4년 전 10대 때 밟았던 소치올림픽의 경험이 있는 김아랑이다. 당시 계주 금메달에 힘을 보탰던 김아랑은 "소치 때는 처음이다 보니 뭘해야 될지 모르고 뭘 조심해야 될지도 몰랐다"면서 "지금은 그때 안 좋았던 기억도 있고 아팠던 기억이나 몸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깨달았던 게 많아서 지금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조심조심 몸 관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500m의 아쉬움을 딛고 1500m에서 최강을 재확인하려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그러나 1500m 올림픽 금메달은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 진선유 이후 끊겼다. 과연 맏언니 김아랑의 든든한 뒷받침 속에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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