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1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님, 13년 째 이어지는 밀양 주민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임출(77) 씨는 "추석에 이어 설 선물을 보내 왔다. 밀양 할매들이 바라는 것은 설 선물이 아니라 철탑을 뽑아내는 것"이라며 "그 때까지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없고, 선물도 개봉 못한다"고 말했다.
한전 비리와 진실이 밝혀진 다음 선물을 개봉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밀양756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한전의 각종 불법·비리 정황을 파헤쳐 달라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밀양 주민과 연대한 시민 300명의 뜻을 모아 다음달 7일 한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청구 내용은 한전의 공사 자재 및 전력 설비 부품 조달 과정에서 자행된 납품 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송전탑 타당성과 노선 선정 과정 의혹, 주민 기만 행위와 주민 매수 행위 의혹, 한전의 방조와 공모에 의한 주민 불법 행위로 인한 마을공동체 파괴 등이다.
대책위는 "대통령 취임 이후 큰 기대를 갖고 청와대와 산업통상부를 통해 주민들의 가장 강력한 바람인 밀양 송전탑 건설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한전의 부당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러나 "한전은 자체 용역 의뢰와 같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조처로써 답했고, 산업통상부는 수 백쪽의 자료와 근거에 대한 한전에서 파견한 직원이 작성한 1장 짜리 공문으로 우리의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현재 밀양송전탑 경과지 마을들에는 내용증명 서류가 수 없이 오가고 있으며, 고소 고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며 "찬성 측 주민들에 의한 마을 재산 처분과 불법 분배 등으로 마을 공동체는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양시 단장면 한 마을 이장은 한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표충사에 지급한 2억 8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 주민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몸통은 한전"이라며 엄정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검찰은 표충사에 지급한 특별지원사업비 2억 8천만 원 등 한전이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나눠준 보상금 유용 의혹을 수사중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특별지원협의체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90차례 회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했고, 회의 종료 직후 회의 자료와 속기록을 전부 폐기했다.
대책위는 "실제 회의가 진행됐는지도 의문이 들며, 면별 주민대표 10인은 참석 횟수에 따라 최고 2천40만 원을 받아간 것도 국회의원을 통해 받은 한전 자료로 확인했다"며 "30차 회의에는 식대로 293만 원이 지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한전의 자금으로 운영된 민간협의체로서 여기서 이뤄진 결정은 한전의 보상 업무에 공식적 근거로 적용된 것으로, 이는 국가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록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며 "폐기에 대한 위법성과 책임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우리의 바람은 진실이고 정의"라며 "우리가 싸워온 그 숱한 거짓과 매수, 분열의 음모를 밝혀달라"고 대통령에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