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16) 군은 지난 겨울 다녀온 해외여행에서 구글 맵스 덕을 톡톡히 봤다.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 1월 초순. 윤 군은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구글 맵스에 접속했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윤 군에 따르면 당시 강릉 종합운동장(올림픽 파크)은 중국어로 표기가 돼 있었다. 그는 "수십 번을 시도한 끝에 올림픽을 3주 남기고 '강릉 종합운동장'으로 겨우 바꿨다"며 "찾아보니 그 외에도 문제가 있는 곳이 많아 폐인처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며 재미를 느낀다. 한 달만에 정보 수정은 229건 째, '장소 추가'만 해도 벌써 6곳이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노하우도 생겼다.
윤 군은 "먼저 평창 올림픽 전용 아이디로 구글 맵스에 정보를 입력하고, 다른 계정 세 개를 동원해 '수정 확인하기'를 추가로 누른다"며 "한 계정으로만 하면 구글에서 반영을 안 해줄 때도 있어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올림픽의 관문 격인 진부역과 강릉역 등 KTX역조차 등록이 안 돼 있었다. 윤 군은 기차역을 등록하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윤 군은 "'기차역' 등 교통시설 카테고리는 구글에서 직접 등록해야 해서 할 수 없이 '철도 서비스'나 '한국철도공사'로 등록했다"며 "최근까지도 리뷰가 많이 올라오고, 가끔 외국인이 올린 글도 남겨진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선수촌과 강릉 올림픽선수촌을 등록한 것도 윤 군의 솜씨다. 주요 시설조차 등록되지 않는 상황에 그는 '답답하다'며 조직위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윤 군은 "올림픽이 전국체전도 아니고, 국제행사라면 이런 건 마땅히 조직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 아니냐"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도 조직위에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꼬집었다.
올림픽 성공 개최의 열망도 전했다. 윤 군은 "대회는 이미 시작됐고, 기본적인 준비 부족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조직위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