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다섯 아이의 모험으로 시작돼 '피겨 여왕' 김연아의 성화 점화로 마무리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역대 최고의 개회식이라는 찬사 속에 '인면조', '드론 오륜기',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안정환' 등 숱한 화제의 키워드가 쏟아졌다.
그리고 개회식을 지켜본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 모자를 쓰고 '무한 댄스'로 개회식을 하드캐리한 자원봉사자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들의 춤이 선수단 입장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남북 공동입장까지 91개의 나라가 입장하는 동안 이들은 약 1시간에 걸쳐 쉼 없이 춤을 췄다.
해외 반응은 뜨거웠다. 개회식을 지켜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SNS에 '저들은 누구인가?', '개회식의 진정한 주인공', '선수단 입장은 그리스에서 끝이 났다. 춤추는 것을 보느라 나머지 국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개회식에 나선 자원봉사 댄스팀은 남자 17명, 여자 52명 등 총 69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평균나이는 21.6세로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다.
힘들게 만났으니 궁금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질문했다.
춤 연습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연습 기간 이틀 쉬었고 실전과 같은 집중 연습은 총 4차례 진행됐다. 댄스 열등생들은 개인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안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 하나의 궁금증. 자원봉사 댄스팀은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안무를 맞춰 춤을 췄다. 모든 안무 순서를 외웠던 것일까? 해답은 인이어에 있었다.
귀여운 수호랑 모자에 가려진 귀에는 모두 인이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안무가는 인이어를 통해 댄스팀의 박자를 맞춰주고 음악에 맞는 춤을 전달했다. 예를 들면 '하나 둘 셋 넷, 수영 댄스 준비~ 시~작' 등의 신호로 자원봉사 댄스팀을 한 몸으로 만들었다. 물론 안무를 틀린 사람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이 같은 동작을 보였으면 그건 모두 같은 동작을 했다고 봐줘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함께 춤을 추고 환호하는 모습에 피로가 사라졌다. 물론 숨길 수 없는 체력 고갈로 인해 동작이 무뎌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개회식을 마쳤다.
가장 만나고 싶던 자원봉사자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선수단 입장로 바로 앞에 있던 한 남성 자원봉사자가 유독 박자를 못 맞췄다. 선수단 입장 장면을 잡는 TV 화면에 자꾸 그 친구의 댄스가 보여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 자원봉사자에 돌직구를 날렸다. '몸치인가?'라고 물었다. 당사자는 "아니다. 발목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랬다"고 해명하고 보호대를 착용한 발목을 보여줬다. 발목과 박자가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자원봉사 댄스팀은 아직 얘기 들은 부분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춤을 지도했던 차진엽 안무 감독에게 연락을 걸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폐회식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회식만큼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폐회식. '무한 댄스'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자원봉사 댄스팀을 폐회식에서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