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10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개회식에 대해 "점화자로 나서 선수 출신으로서 너무도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면서 "은퇴를 했는데 오랜만에 짧았지만 스케이팅을 보여드리고 점화를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살짝 걱정도 있었다. 김연아는 "얼음 위에서는 십몇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걱정했다"고 웃으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실수 없이 해낸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점화자로 준비 과정도 들려줬다. 김연아는 "성화 점화자로 참여하게 될 거라는 것은 몇 달 전에 알게 됐다"면서 "개회식장 아이스(빙판)에서는 5일 밤부터 이틀간 리허설했다"고 들려줬다. 이어 "아이스 크기와 음악 등이 정해지고 이후에 연습을 짜고 의상도 맞춰야 했다"고 준비 과정을 돌아봤다.
김연아는 "처음에 음악 받고 안무 짜고 하는 과정에서는 느낌을 못 받았다"면서 "(앞서) 성화 불을 붙여서 피어오르는 걸 봤을 때도 실감이 안 나서인지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전날 상황을 돌아봤다. 그러나 "그런데 성화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약간 울컥하는 마음 들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김연아는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많이 그랬을 것 같은데 올림픽이 개막했다는 느낌을 받고 선수였다 보니까 더 그런 감정이 더 와닿았던 거 같다"면서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추워서 표정이 굳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면서 "추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웃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바로 점화에 앞선 마지막 주자였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박종아, 정수현으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을 때다. 이들은 개회식 전날 결정돼 김연아와 리허설을 할 시간이 없었다.
깊은 의미가 있었다. 김연아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성화를 받으니 더 의미가 컸고 감동적이었던 거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나 공연은 다음이 있어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딱 1번의 기회고 전 세계가 지켜본 순간"이라면서 김연아는 "30~40초 스케이팅을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나서 허무한 감도 있었다"고 입맛을 다시기도 했다.
3만5000명 대관중 앞에 선 소회도 들려줬다. 김연아는 "겅기도 나가고 공연도 했는데 그렇게 큰 관중 앞에서 하는 게 처음이었다"면서 "얼음 위에 올라왔을 때는 (관중은) 잘 안 보였고 실수 없이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내가 하는 거에만 오로지 집중했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7년 동안 홍보대사로 쉼없이 달려온 김연아의 감개무량한 평창올림픽 개막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