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전부터 200명 가까운 국내외 취재진과 21명의 북한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 취타대가 연주를 하면서 길을 열었고, 북한 선수단이 행사가 열리는 선수촌 광장으로 입장했다. 80명의 북한 여성 취주악단이 뒤를 따랐다.
1992년 알베르빌에서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쇼트트랙)을 안긴 김기훈 강릉선수촌장이 자주색 두루마기를 입고 선수단을 환영했다. 김기훈 촌장의 환영사에 이어 올림픽 오륜기와 인공기가 차례로 게양됐다. 원 단장은 김 촌장에게 소나무가 그려진 액자를 선물을 건네며 화답했다.
다만 인공기는 국군 의장대가 맡는 다른 국기와 달리 민간인이 게양했다. '주적'인 북한 국기에 대해 국군이 예의를 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후 선수촌에서 준비한 공연이 펼쳐졌다. '쾌지나칭칭 나네' 흥겨운 음악과 함께 비보잉 댄스가 이어졌다. 공연단은 북한 선수들 곁에 다가서서 흥을 유도했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한 북한 취주악단원이 커다란 수호랑 마스코트 인형탈에 얼굴을 부딪혀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흥겨운 음악에 일사불란하게 율동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취주악단 정면에 서 있던 북한 선수들도 박수를 치거나 손을 맞잡고 흔들며 호응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선수단은 원형을 만들었고, 가운데 수호랑 마스코트를 빙글빙글 돌았다. 우리 측 공연단과 합세해 더욱 흥을 돋웠다.
국내외 취재진은 열심히 북한 취주악단의 공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수와 자원봉사자들 역시 휴대전화로 촬영하기 바빴다. 공연을 지켜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외국인 직원은 "공연이 정말 훌륭하다(Very good)"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이 절로 난다고 한 이 직원은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원 단장은 행사를 마친 뒤 "우리 북한 인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만들어낸 공연이 아주 잘 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면서 "하나 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 선수단의 입촌식 분위기를 후끈 달군 취주악단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