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당신이 보는 게 정말 진실일까요?

[노컷 리뷰]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골든 슬럼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잘생김의 대명사인 배우 강동원이 하루에도 두어 번은 마주칠 수 있을 만큼 친근한 택배기사를 연기하는 영화. 오는 14일 개봉하는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이야기의 얼개는 복잡하지 않다. 위험에 빠진 아이돌을 구해 모범 시민 표창까지 받은 선량한 소시민 김건우(강동원 분)이 하루아침에 유력 대선후보의 테러범으로 몰린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세상이 '모범 시민'으로 인증한 김건우와,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든 테러 범죄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김건우의 180도 다른 모습을 부각해 그가 처한 곤란함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김건우는 용감한 시민임을 알아보고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을 요구한 고객의 말을 다 들어주고, 배달 후 쓰레기 봉지 좀 버려 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승낙할 정도로 바보스럽게 착한 인물이다. 특유의 '사람 좋음'과 훈훈한 외모로 세간의 평판이 꽤 좋았다.

반면, 유력 대선 후보를 죽인 용의자가 되고 나서 세상의 시선은 한없이 차가워진다. 세상에 둘도 없는 악질이 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모든 일이 벌어진다.

'골든 슬럼버'의 힘은, 단짝 친구들에게조차 속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착하게만 산 김건우가 '국가권력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이후 피해를 겪는 과정에서 나온다.

여당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세우고 싶었다는 윗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제물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이 돌아간다. 국정원은 가장 앞장서며 정보를 통제하고, 검찰·경찰·언론은 보조를 맞춘다.

시민을 악당으로 둔갑시키는 작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비난 여론을 부채질하는 곳은 물론 언론이다. 그가 폭력사태에 연루돼 정학을 받았다거나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다며 신상을 터는 것은 기본이고, 부모에게 찾아가 '살인자 아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마이크를 들이댄다.


유력 여당 대선 후보를 암살하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찬사를 듣던 시민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목적'에 충실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의 얼굴에선 좀처럼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위협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호통을 치는 것은 계획이 수틀렸을 때나 가끔 튀어나오는 해프닝일 뿐이다. "국가가 하는 일에 왜 나서나?"라는 국정원 황 국장의 말은, 참으로 전형적이지만 그 전형성 때문에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윗분이 설계한 계획이라면 그게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이들은 거침없다. 도·감청, 위치 추적, 미행하고, 사람의 얼굴까지 바꾸어 거짓된 말과 행동을 팔아 세상의 어떤 부분을 조작한다.

'골든 슬럼버'에서 각각 김건우, 민 씨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과 김의성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무 죄도 짓지 않고도 공교롭게 타깃이 된 이 가엾은 사내에게 작전에 실패해 조직에 배신당한 전 국정원 직원 민 씨(김의성 분)마저 없었더라면, '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는 느낌의 민 씨와 특유의 순수함과 맑음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김건우의 조합은 꽤 신선하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팔았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더 분개하는 김건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서의 존재감을 뽐낸다. 민 씨의 기지로 살아남은 그가 돌아오는 계기 역시 '친구' 때문이다.

죽을 고비를 수십 번을 넘겼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찍히고 눌리고 입 틀어막혀 왔으면서도, 그는 '살아있음'으로써 국가권력의 조작을 증명하는 길을 택한다. 현실의 냉혹함을 깨닫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예상 가능한 전개는 없다. 한결같이 '착한 사람' 김건우가 스크린을 채울 뿐이다.

초중반부에는 제일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맞닥뜨린 김건우의 수난기, 김건우-민 씨의 세트 플레이가 긴박감 있게 펼쳐진다. 광화문~시청 부근에서 진행된 테러 장면 등 화려한 액션이 눈에 띈다. 반면, '우정'과 '믿음'의 가치에 집중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후반부에선 다소 맥이 풀린다.

김건우의 학창시절 밴드 이야기에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하고, 그때 자주 불렀던 비틀스의 '골든 슬럼버'를 제목으로 했을 만큼 '휴머니즘'을 셀링 포인트로 삼는데 딱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골든 슬럼버'는 '택배기사'이자 '1인 2역'을 하는 강동원의 존재감에 많은 부분을 기대지만, 뜻에 따라 동원되는 국정원·검찰·경찰·언론에 꽤 날을 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곱씹을 만한 질문도 남긴다. 무엇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내가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광화문에서 촬영한 차량 전복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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