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30억 금연 인센티브…흡연 검증은 '나몰라라'

금연 클리닉 도중 담배펴도 검증방법 '전무', 수혜자만 40만명… 건강보험공단 "개선책 고민중"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할 때 처방받는 금연치료제 '챔픽스'. (사진=신병근 기자)
"클리닉을 받는 도중에 담배를 펴도 병원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요. 현금에, 상품까지 주는 이런 천국(?)이 어딨어요."

15년차 애연가인 A(38)씨는 경기도 수원의 B병원에서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주관의 금연치료(클리닉) 프로그램을 최근 이수한 후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와 함께 전동칫솔 등 건강유지 상품들을 받았다.

A씨는 금연치료를 받던 약 8주 동안 흡연을 계속했지만, B병원 내과 전문의들은 흡연여부에 대한 검사는 커녕 내원할 때 마다 금연치료제를 처방해줬다.

A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남들도 다 똑같이 돈 받고, 상품까지 가져가는데 클리닉 중간에 그만두면 왠지 손해보는 것 같아 계속 병원에 나갔다"고 말했다.

◇ 3년차 보건사업… 검증 없이 지급된 '인센티브' 232억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에 따르면 '금연치료 이수 인센티브'는 보건복지부가 소관부처로, 산하 기관인 건보가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보건사업이다.

복지부와 건보의 '금연진료 의료인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금연을 희망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금연방법 안내와 치료제 처방 등을 수행하며, 참여자들은 6회 전문의 상담을 이수하거나 56일 이상 84일 이하로 치료제를 처방·조제 받고 투약한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참여자 본인이 처음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을 때 발생한 진료비의 100% 환급과 10만 원 상당의 전동칫솔, 가정용 혈압계·체중계 등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부 주도의 '금연 클리닉'이지만, 정작 흡연 여부에 대한 검증은 클리닉을 시행중인 전국 1만2천706개 의료기관 중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참여자들의 흡연 검증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행 3년차를 맞은 '금연치료 이수 인센티브'의 수혜자는 진료비 환급자 20만6천명, 금액은 83억여 원에 이르며 건강유지 상품을 수령한 이수자도 19만9천명, 금액은 149억여 원에 달한다.

진료비 환급과 상품 수령 등 3년 간 지급된 '인센티브' 비용만 232억 원을 넘어섰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내부에 게시된 '국민건강보험 금연치료' 안내 포스터. (사진=신병근 기자)
◇ 병원 "웬 검증? 환급은 다 해줘"… 건보 "의사와의 신뢰 문제지, 흡연 검증은 어려워"

현재 금연 치료제로 처방되는 의약품은 '챔픽스'와 '니코피온서방정' 등 2가지로, 참여자의 자율의사에 따라 금연껌이나 패치를 추가 구매할 수 있다.

현행 '금연치료 이수 인센티브'는 이같은 보조제를 참여자 본인이 구매해도 이수 기준을 충족시키면 모두 환급받을 수 있는 구조로, 최소 7천200원에서 평균 3만56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흡연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선 병원들은 오히려 '흡연 검증을 왜 병원에서 하냐'며 반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B병원의 한 내과 전문의는 "국가에서 하지 않는 흡연 검증을 병원에서 할 필요는 없다"며 "요즘은 병원에 그냥 몇 번만 나와도 환급을 다 해준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보는 흡연 검증방법은 참여자와 의사와의 '신뢰'가 유일하다는 설명으로, '강 건너 불 구경'만 계속하고 있다.

건보 관계자는 "(흡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면 좋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소변검사를 위한 장비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흡연검증이나 조사는 양·한방의 의료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연치료 전문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10만 원 상당의 상품 지급방법을 기존 '매년 지급'에서 '평생 1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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