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맞은 편 관중석에는 중국과 헝가리, 한국 등 전력 분석원들도 자리했다. 세계 최강 한국 대표팀의 훈련 모습을 영상에 담고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들 뒤편 복도를 뛰어다니는 한 사내가 눈에 띄였다. 헤드폰과 모자를 눌러쓴 채 마스크까지 착용한 그는 트레이닝 복장으로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가볍게 조깅을 하고 있었다. 은빛 헤드폰을 빼면 모두 검은 색 차림이었다.
자세히 낯익은 눈매를 보니 다름아닌 '피겨 왕자' 차준환(17 · 휘문고)이었다. 차준환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이곳 아이스아레나 메인 링크에서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이후 밤 8시20분부터 또 한번의 훈련이 배정됐다.
오전에는 차준환에게 배정된 공식 훈련은 없었다. 더군다나 차준환은 감기 몸살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 또 전날 오전, 오후 두 차례의 훈련을 소화한 만큼 이날 오전에는 휴식을 취할 만도 했다.
아는 척을 하자 차준환은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몸살이 다 낫지 않은 몸 상태를 묻자 차준환은 "많이 나아졌습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차준환은 전날 훈련 뒤 인터뷰에서 "3주 동안 캐나다 전지훈련 때도 몸살이었는데 훈련을 했다"면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한숨도 못 잤는데 그래도 며칠 쉬면서 나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차준환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또 있다. 아직 강릉선수촌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밤 강릉에 입성한 차준환은 AD카드만 찾은 뒤 입촌하지 않았다. 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아 자칫 다른 선수들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차준환은 "아직도 완전히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어제도 촌외에서 잤다"고 설명했다. 선수촌에도 웨이트 트레이닝 등 훈련할 장소가 있지만 일단 경기장에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차준환이다.
차준환은 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오는 9일부터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실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차준환이 쉴 겨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