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호 도선사 "배에서 마주친 단원, 알고보니 현송월"

- 배 오를 때 잡아주던 손 "동포 만났구나"
- 역대 묵호항 들어온 배 중 가장 큰 듯
- 기상 안좋아 예술단원들 고생했을 것
- 원래 대북조치대상, 한시적으로 입항허용
- 정부, 정박기간 중 기름과 식음료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상래(만경봉92호 도선한 도선사), 송영훈(기자)



북한의 예술단과 지원인력 140여 명을 태운 만경봉 92호. 어제 오후에 동해 바닷길을 통해서 묵호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바닷길을 통해서 남과 북이 연결된 건 2002년 아시안게임 이후로 16년 만입니다. 지난밤에는 뭍으로 나오지 않고 배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요. 지금 묵호항 분위기는 어떨까요. 묵호항으로 가보겠습니다. 우선 만경봉호에 올라타서 입항을 안내한 분이 계세요. 김상래 도선사 연결을 해 보죠. 김 도선사님, 안녕하세요.

현송원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6일 오후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상래>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김상래>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어제 어디쯤부터 만경봉 92호를 타신 거예요?

◆ 김상래> 묵호항 방파제로부터 약 한 4.2km 동쪽에서 탔습니다.

◇ 김현정> 4.2km 떨어진 곳에서 타가지고 배에서 물길을 안내하신 거죠?

◆ 김상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어제 기상이 아주 안 좋아서 북에서 내려오는 여정이 내내 힘들었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입항 때도 그랬습니까?

◆ 김상래> 예,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동해항은 수심이 깊어서 육지에서 1km만 나가도 파도가 심합니다. 입구에 들어올 때는 배가 심하게 경사가 있어서 물건들이 좀 넘어지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경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파도가 심하게 쳐서?

◆ 김상래> 스웰. 파도는 파도인데 파장이 긴 파도입니다. 파고보다는 파장이 길어서 에너지가 아주 큽니다.

◇ 김현정> 배의 물건이 떨어질 정도로 그 정도로 입항 과정도 순탄치가 않았네요.

◆ 김상래> 그래서 음료수를 대접하더라고요. 그래서 컵이랑 넘어져 갖고 잡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들어가니까 북한 사람들이 음료수를 대접을 해요?

◆ 김상래> 네.

◇ 김현정> 사실은 잠깐 일하고 가는 건데.

◆ 김상래> 보통 1시간 걸리니까. 어느 배도 외국의 배가 들어오면 음료수 정도는 차라든지 커피라든지 대접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하긴 1시간 정도 이 배를 인도하는 사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인데. 반갑게 맞아주던가요, 무슨 얘기 좀 나누셨어요?

◆ 김상래> 처음에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니까 마지막에 손을 잡아서 도움을 주더라고요.

◇ 김현정> 올라오라고 마지막은?

◆ 김상래> 예, 저도 올라가서 인사하고. 인사하고 나니까 옆에 보니까 또 안내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화객선이다 보니까 여객이 많이 타니까 여객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 소위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죠.

◇ 김현정> 엘리베이터가 있는 배군요.

◆ 김상래> 네. 있습니다.

◇ 김현정> 마지막에 손을 내밀어서 쭉 올려줄 때 항상 그렇게 배 타시는 분이지만 이번 만큼은 느낌이 특별하셨을 것 같아요.

◆ 김상래> 글쎄요. 저희들은 통상 하는 일이니까 다른 때도 손을 잡아주고 인사도 하고 하니까 저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 김현정> 특별하지는 않았는데...

◆ 김상래>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동포 만났다는 느낌도 순간적으로 교차를 하고 그 정도였죠.

◇ 김현정> 동포 만났구나 이런 느낌.

◆ 김상래> 날씨가 안좋으니까 더 그랬는지도 모르죠. 배가 흔들리니까.

◇ 김현정> 지금 화객선이라고 얘기하셨어요. 화물여객선.

◆ 김상래> 그렇습니다.

◇ 김현정> 9900톤급. 그럼 이게 묵호항에 들어오는 배 중에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이 정도면?

◆ 김상래> 가장 큰 규모가 아니겠나 싶어요. 길이로 봐서는 127m. 아마 가장 큰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까지 들어온 배 중에 가장 큰 배라고요?

◆ 김상래>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묵호항이 꽤 유명한 항구인데 묵호항 역사상 가장 큰 배가 들어온 거라는 말씀이세요?

◆ 김상래> 제가 알기로는. 길이로 봐서는.

◇ 김현정> 그런데 묵호항을 택한 건 왜 그런 겁니까?

◆ 김상래> 인근에 있는 동해항이나 옥계항에 비해서 상항 역할이 조금 떨어집니다. 상업항구로. 다른 데는 분주하죠, 항구가. 묵호항은 동해항이나 옥계항보다는 분주함이 덜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배의 수심을 맞춰서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데가 묵호항 아니겠나 싶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셔서 음료수도 한 잔 드시고 그다음에 무슨 얘기 나누셨어요?

◆ 김상래> 배가 오면 입항을 어떻게 하겠다고 저희들이 정보 교환하는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그걸 보여주고 어떻게 어떻게 입항을 하고 어떻게 어떻게 접안을 하고 그런 협의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면 보통 선장께서 의문이 있으면 의문에 대한 것에 제가 답을 하고 그래서 서로 이해가 되면 입항하는 거죠.

◇ 김현정> 말이 잘 통하든가요?

◆ 김상래> 똑같은 우리말이니까 생소하고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어요. 사실 외국 사람들하고는 영어로 얘기해야 되는데.

◆ 김상래> 어떨 때는 전문적인 영어로 하죠.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게 좀 늦어지고 그래서 제가 미안합니다, 우리말로 하겠습니다 하니까 일 없습니다. 영어를 하든 한국어로 하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예술단원은 못 보셨어요?

◆ 김상래> 한 사람 봤어요.

◇ 김현정> 한 사람 보셨어요?

◆ 김상래> 네.

◇ 김현정> 다들 들어가 있으니까 못 보고?

◆ 김상래> 그렇죠, 그렇죠. 그것도 한 사람도 다 배를 접안시키고 내려오는 시점에 엘리베이터를 대기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대화 나누는 인기척이 있어서 돌아봤죠. 그 사람이 현송월 씨더라고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사진=진유정 기자)
◇ 김현정> 현송월 단장 보셨어요?

◆ 김상래> 네.

◇ 김현정> 어떻던가요?

◆ 김상래> 차림이 빨간색이나 인공기에 있는 색깔 있죠. 파란색이나 그런 걸로 리듬을 줬는데 TV로 보는 것보다는 곱상하고 미인이다 하는 정도 느낌이었어요. 제가 8, 9m 뒤쪽이었는데 어디서 본 사람이다 하고 이렇게 보니까 매스컴에 요즘 자주 나온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고.

◇ 김현정> 인사는 못 하셨어요?

◆ 김상래> 인사할 분위기는 아니었죠. 친숙한 분위기는 아니고. 그때 제가 순간적으로 아, 평소보다 접안이나 시간이 지연돼서 그러는지 언제쯤 돼 되는지 물어보려고 하는지 가벼운 차림으로 나오는 거기의 선장을 제외하고 우두머리라고 할까 대화를 하는데 이렇게 봤죠. 이 사람이 배를 타고 불편할 텐데 나름대로 대표한다고 하는데 혹시 내가 잘못 봤나라는 생각도 순간했었죠. 나중에 매스컴 보니까 타고 오는 게 맞는 모양이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딱 한 명 보셨는데 그게 현송월 단장이었어요. 도선사 김상래 씨 만나고 있습니다. 끝으로 강원도민이시잖아요. 평창올림픽 잘 됐으면 좋겠다. 기원의 한 마디 해 주시죠.

◆ 김상래> 그건 뭐 강원도민뿐만 아니라 국민들, 해외에 계신 동포들도 다 기원할 줄 압니다. 세계적인 잔치, 시작부터 마치는 날까지 사고도 없고 나중에 패럴림픽까지 잘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합니다.

◇ 김현정> 저도 기원하고요. 고생 많이 하셨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김상래> 네.

◇ 김현정> 어제 묵호항으로 이 만경봉92호를 인도한 도선사입니다. 김상래 도선사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오늘 아침의 묵호항 풍경 어떤지 아주 궁금한데요. 현장 가보겠습니다. CBS 송영훈 기자 연결을 해 보죠. 송영훈 기자.

◆ 송영훈> 지금 만경봉호 앞에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분위기는 어떤가요?

◆ 송영훈> 지금 북한 예술단의 하선이 임박한 상황입니다.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만경봉92호가 정박해 있는 묵호항 32번 부두로 북한예술단이 탈 대형버스 5대 그리고 미니버스 1대가 접근한 상황입니다.

7일 오전 북한 예술단원들이 몸을 실은 버스 (사진=송영훈 기자)

◇ 김현정> 그러면 나와서 줄 서 있는 상태예요?

◆ 송영훈> 지금까지 줄 서 있거나 취재진이나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는데요.

◇ 김현정> 드러내지 않고.

◆ 송영훈> 곧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현정> 어제 도착해서 지금까지 외부 일정은 전혀 없었던 거죠?

◆ 송영훈> 어제 당초 북한예술단은 묵호항에 입항한 직후에 강릉아트센터로 이동해서 점검을 나설 예정이었는데요. 어제 예정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배 안에서 하루를 묵을 것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 김현정> 왜요, 왜 나가서 저녁도 먹고 그러려고 했는데 그냥 배에 있었습니까?

◆ 송영훈> 앞서 저희 취재진이 (만경봉92호를) 도선을 해 준 도선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은 걸로는요.

◇ 김현정> 우리 앞에서 만난 그 도선사님.

◆ 김상래> 예, 맞습니다. 어제 동해에 파고가 높아서 멀미나 배멀미로 조금 고생했을 거라고 도선사가 이야기를 해서 아마 컨디션 문제 등으로 배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이러한 관측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가 지금 곧 하선을 한다. 하선하면 어디로 갑니까?

◆ 송영훈> 공연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만큼 북한예술단은 곧장 공연장이 있는 강릉아트센터로 나가서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먼저 들어와 있던 예술단 선발대와 합류부터 하고요. 이후에는 강릉아트센터에서 리허설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오늘 리허설 해야죠. 내일 공연이니까. 지금 청취자 질문들 꽤 많이 들어오는데 배가 언제 떠난다라는 건 아직 알리지 않았습니다. 보안상 문제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직 떠나는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어쨌든 서울 공연 때까지 쭉 머무르려면 음식도 필요하고 물도 필요하고 전기, 기름 다 필요할 텐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가 물어들 오세요.

◆ 송영훈> 사실 지금 현재 UN에서 북한에 대해서 안보리 제재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한테는 정유제품 즉 기름 같은 것을 연간 50만 배럴 이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만경봉 92호가 지금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유류를 공급해도 50만 배럴이 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정박 기간 동안에는 유류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김현정> 일단 기름은 제공하고 식음료는 어떻습니까?

◆ 송영훈> 식음료는 어떻습니까?

◆ 송영훈> 식음료 같은 경우는 북한에 독자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외국 국가들의 국가 제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식음료 등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통일부는 밝힌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우리가 5.24 대북조치 때 제재 대상으로 북한 배 입항 조치를 불가하게 만들어놓지 않았습니까? 금지를 시켜놨는데 그거는 이번에 예외가 된 거죠?

◆ 송영훈> 예, 맞습니다. 사실 만경봉92호는 지난 2010년 북한이 일으킨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로 우리 정부의 5.24 대북조치 제재 대상에 올라와 있는 배인데요. 그래서 입항조차도 원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기간인 만큼 정부에서는 예외적으로 입항을 허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상태입니다, 여러분. 이렇게 해서 만경봉92호가 들어왔고요. 오늘부터 활동에 들어갑니다. 지금 어제는 반대집회도 있고 환영집회도 있고 이랬다 그러던데 지금은 조용해요?

◆ 송영훈> 지금은 만경봉92호 주변에는 반대단체는 모여 있지 않은 상태인데요. 간간히 북한예술단을 보기 위해 나온 인근 주민들만 철문 앞에서 북한 예술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송영훈 기자, 많이 춥죠?

◆ 송영훈> 오늘 새벽부터 나와 있어서 여기 겨울 칼바람 같은 게 많이 불어서 기온이 많이 낮은 상황인데요.

◇ 김현정> 제가 좀 미안합니다.

◆ 송영훈> 지금은 바다쪽으로 해가 떠서 괜찮습니다.

◇ 김현정> 제가 좀 미안한 게 아까 6시 반부터 나가서 취재를 시작했어요. 취재를 하라고 저희가 부탁을 해 가지고 송영훈 기자 지금 입이 다 얼어 있는데 고생 많고요. 고맙습니다.

◆ 송영훈> 묵호항에서 송영훈이었습니다.

◇ 김현정> CBS 송영훈 기자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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