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스' 관련 스케줄로 바쁘게 지냈다. 드라마 종방연이 있었고, 배우, 스태프들과 강원도 정선에서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가졌다. 촬영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종영 후 배우들과 소모임 형식으로 모여 수다를 떠는 일도 잦았다. 그래서인지 아직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 실제 비서 교육을 받았다고 들었다.
"비서 전문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분께서 배우들에게 직접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덕분에 비서라는 직업의 애환과 고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또, 강의를 들으며 비서가 단순히 보조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보스가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력을 느꼈다."
▶ 마보나 캐릭터, 어떻게 접근했나.
"극중 보나는 완벽하게 비서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였다. 그러한 캐릭터를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도록 스타일링, 헤어, 메이크업, 목소리 톤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사연이 많은 캐릭터라는 건 시놉시스를 받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점차 '흑화'된다는 것도, 아버지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것도 알고 시작했다."
▶ 10화에서의 오열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처음으로 제가 발톱을 드러낸 장면이다. (미소). 청각 장애인 아버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치며 우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전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슬프다고 했던 씬이었기에 부담이 컸다. 시청자 분들에게 보나의 슬픈 감정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그렇게 부담을 안고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감정 이입이 되어서 금방 눈물이 나더라. 그만큼 그 장면 자체가 굉장히 슬펐다."
▶ 마보나와 실제 차주영의 모습은 얼마나 닮았나.
"배경과 상황은 분명 너무 다르지만, 정서적, 심적으로는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보나는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것과 힘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걸 꺼려하는 캐릭터였다. 저 역시 그렇다. 살면서 많은 상처나 아픔을 겪었지만 그런 부분을 털어놓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 보나는 우정과 성공의 기로에서 우정을 택했다. 실제 그러한 상황에 놓였면 어떤 결정을 했을 것 같나.
"보나처럼 조 전무(인교진 분)의 악행이 담긴 USB를 섣불리 윤이(백진희 분)에게 건네지 못했을 것 같다. 일단 자기 앞가림을 먼저 신경 쓰지 않았을까.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웃음). 그와 별개로 극중 보나의 선택은 만족스럽고 이해가 간다. 마지막에 조 전무에게 사직서를 냈던 장면도 멋졌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장면을 촬영했을 당시 왠지 모르게 울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전 작품들을 할 때는 일일이 다 챙겨보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변 분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열심히 챙겨봤고, 대체로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특히 보나 캐릭터에 엄청난 감정이입을 해서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차주영이라는 사람이 아닌 보나라는 캐릭터가 잘 보였다는 의미이니까. 그래서 보나를 욕하는 댓글, 응원하는 댓글 모두 다 좋았다."
▶ 스스로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점수를 못 매기겠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진심으로 모든 애정을 담아서 연기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저글러스' 촬영 내내 보나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살았다."
▶ 보나의 보스, 조 전무 역을 맡은 인교진과 호흡한 시간이 가장 많았겠다.
"교진 선배님과는 이번 작품을 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너무 유쾌하고 배려심 많으신 분이더라.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도 했고, 그런 고민 지점을 후배들과 부담스럽지 않게 공유하고 전달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며 정말 '매순간' 배운 것 같다."
▶ 보나의 절친 윤이 역을 맡은 백진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나이는 저와 동갑인데, 올해로 벌써 데뷔 10년차라고 하더라. 극을 이끌어 나가는 힘, 촬영에 입하는 집중력 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 뒤늦게 배우의 길에 도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제안은 자주 받았지만, 집안이 보수적이라 배우의 꿈을 꾸진 못했다. 중학교 때 유학을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렇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 마침 또 제안이 왔고, 더 늦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연기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충동적으로 선택한 길은 아니다.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 2016년 데뷔한 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 배우로 활동해보니 어떤가.
"역시나 녹록치 않더라. 세상에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범주에 속해있으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어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얻어지는 성취감과 보람은 그 이상이다. 분명 매력적인 일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특히 제가 의도하고자 한 바가 보시는 분들에게 잘 전달이 되었을 때 그 느낌이 참 좋더라."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다. 가만히 무표정하게 있으면 차가운 인상이고 마음을 쉽게 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한번 열리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래서 망가지는 역할도 자신 있다. 저를 잘 아는 분들은 '허당 캐릭터 한 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 어떤 연기자로 성장해나가고 싶나.
"연기를 연기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현실적으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보시는 분들에게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 아홉이다. 본인의 20대를 돌아보자면.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저는 저의 20대를 사랑한다.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엇는데 지금 돌아보면 청춘의 한 페이지였다는 생각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를 재밌고 알차게 부지런하게 보내고 싶다."
▶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차기작을 알아보고 있다. 쉬지 않고 다음 행보를 위해 뛸 예정이다. 아직 쉴만큼 뭘 많이 안 하기도 했고. (웃음). '저글러스'를 계기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강해졌다. 하루빨리 차기작을 만나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드라마 촬영내내 많은 응원을 받았고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괜찮은 배우가 되기위해 노력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