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1대로 150명' 공항 청소노동자 만난 정치권의 약속

민주당 을지로위 "있을 수 없는 일…대책 마련하겠다"

애초 탈의실인 공간은 이들의 휴게공간이 되고 때론 식사공간이 된다. (사진=송영훈 기자)
80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380명이 생활하고, 용변기 1대로 150명이 쓰고 있는 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성토했다.

"용변은 사치다. 우리는 가축우리에 산다"라는 이들의 씁쓸한 말이 CBS노컷뉴스를 통해 알려진 지 2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찾은 6일 새벽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지상조업 하청노동자들은 간담회 내내 격앙된 어조로 성토를 이어갔다.

(사진=박희원 수습기자)
승객 없는 항공기 기내를 청소하는 노동자 김형례 씨는 "오죽하면 여자 2명이 남자화장실에 가서 한 명이 앞을 막고 한 명이 쓴다"며 "여자들은 그냥 바지에다 싸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쉴 공간도 없어서 밥도 휴게실에서 잠자는 사람 발밑에서 먹고 있다"고 했다. 김 씨를 돕는 노조 관계자가 달래봤지만 쉽게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씨를 비롯한 항공기 청소노동자 380명은 이처럼 매일 캐비닛과 침상 사이로 몸을 구겨넣고 있다. 용변은 사치고, 동료에겐 민폐다.

노동자들은 차제에 지난해 8월 항공기를 청소하던 동료들이 난데없이 쓰러졌던 사건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초음파 진동을 이용한 기화식 방역 소독에 나선 노동자 5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하게는 각막궤양 및 천공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한국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오한순 씨는 "정말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쓰라면 쓰라는 대로, 노동청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하면 그런대로 써야되는 것이냐"며 "약품 조사를 확실히 좀 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폐차 직전인 시내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버스엔 냉난방 시설이 없다. 기내 비치품이 있는 이 버스에는 많게는 청소노동부 60명이 타기도 한다. (사진=박희원 수습기자)
아울러 승객들이 항공기를 타고 내리는 동안 칼바람을 피할 별도의 공간이 없다며 비닐을 쓰고 강추위를 버티던 평소의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를 들은 국회의원들은 이어 직접 기내에 올라 실제로 소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휴게실에 내려와서는 용변기와 탈의실 등의 시설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 국민들께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부 의원들은 사측과 비공개면담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면담을 마치고 나온 의원들을 쫓아가며 "제발 도와달라"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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