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콘돔 11만 개…"성 낯가림 떨치는 기회 될 것"

외신 "한국서 성교육은 터부시 돼"

지난 1일 오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태극기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깃발이 게양되고 있다. 이한형기자/자료사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선수촌 등에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인 11만 개의 콘돔을 무료 배포한다. 국내 회사 컨비니언스가 10만 개, 대한콘돔예방협회가 1만 개를 각각 기부한다.

국내에서 이를놓고 올림픽에서 성을 조장한다는 등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외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미국 NBC는 5일(현지시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1만 개의 콘돔을 무료 배포하는 것이, 보수적인 한국 사회가 성(性)에 대한 낯가림을 떨치고 열린 토론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함 보스턴대학 교수는 2016년 사회적 서비스 연구 저널에 실은 청소년 성의식 관련 연구에서 "최근 수십 년간 한국 청소년 절반 가량이 10대 때 성경험을 했다. 이른 나이에 성경험을 하지만 빈약한 성지식 탓에 성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제품 광고가 넘쳐나는 것과 달리 성매개질환(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 예방을 위한 논의는 별로 없다"고 NBC는 보도했다.

크리스 함 교수 역시 "한국 사회에서 안전한 성관계와 피임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의사가 만든 보건의료 영자지 코리아 바이오메디컬 리뷰는 "2013년 '듀렉스'(Durex)를 끝으로 한국 TV방송에서 콘돔 광고가 자취를 감췄다. 당시만해도 콘돔을 불법 상품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컨비니언스 측은 이번 올림픽에서 콘돔 무료 배포가 한국인의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청소년에게 성교육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 대변인 잭 정은 "한국에서 성(교육)은 터부시 되는 주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지 못하는데, 직장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같은 회사 박경진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무료 콘돔을 대량 배포하게 되어 기쁘다. 선수들이 건강한 몸으로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콘돔을 나눠 준 첫 국제 스포츠 대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다. 에이즈(HIV) 확산을 막기 위해 8천500개의 콘돔을 배포했다.

박진경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30년간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서양문화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졌고 성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최근 소셜 벤처기업 인스팅터스는 19세 미만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콘돔 자동판매기를 몇 대 설치한 데 이어 10대만을 위한 콘돔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회사 공동대표 성민현은 "부모님이 '콘돔이 10대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묻는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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