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기간이 최소 60일이 필요한 것을 감안해, 여야 합의안 도출만을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는 '마지노선' 긋기 성격도 짙다.
따라서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의 개헌논의가 2월말까지도 지지부진할 경우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나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이 반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본격화될 지방선거전에서 개헌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 개헌안 마련을 주문한 배경에는 그간 국회의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 말 정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방분권과 국민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권력구조 개편의 폭과 내용을 놓고 반발하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각 당이 개헌 의지를 밝히며 당론을 모으고 여·야가 협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도 원칙과 방향만 있고 구체적 진전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여·야간 힘겨루기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헌 논의를 국회에만 맡겨놓았다가 지방선거, 개헌 동시투표라는 호기를 놓칠 경우, 다시 개헌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절박감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확대 중 여야간 이견(異見)이 없는 부분에라도 먼저 개헌 동력이 실려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시·도지사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분권 확대를 위한 개헌은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한 다음에 여·야간 합의된 과제를 모아서 개헌한다면 크게 정쟁화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최소분모를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분모 속에 지방분권과 국민 기본권 확대는 당연히 들어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중앙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이 부분의 개헌은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야당도 6월 개헌을 모두 공약으로 내 건 만큼, 여·야 이견이 없는 지방분권과 합의 가능한 기본권 확대를 중심으로 1차 개헌만이라도 먼저 해야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개헌안 자체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이미 국회 자문위에서도 개헌안이 성안돼있고 시민단체에서도 포괄적 또는 부문별로 개헌에 대한 입장이 있다.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압축돼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 개헌안 발의를 정책기획위원회에 전격 지시한 것은 국회에 정부 개헌안을 상정하는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음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기획위원회가 국민여론을 어떻게 수렴해 갈 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1년간 가동됐던 국회 개헌특위는 자문위 활동과 별개로 지역별 순회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실시했다.
정책기획위원회의 개헌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 작업도 지역별·직능별 토론회 등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하는데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해 나름 성과를 본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다는 전제하에 공론조사 방식이 채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