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항공기 보내 데려오고 호텔에 숙박시키자"더니…

자유한국당, 북한 대표단 체류비용 지원에 이중적 태도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의 체류 경비를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보수 진영에서는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이미 상당한 액수의 남북협력기금이 집행된 전례가 있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평창 올림픽의 의미를 생각할 때 그 가치를 단순히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어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이 1일 오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방남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정부, '편의 보장' 남북 합의따라 北 대표단 체류 비용 남북협력기금서 집행 계획

남북은 지난달 9일 판문점에서 열린 장관급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합의하면서 고위급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필요한 편의 보장'에는 관례에 따라 숙식과 교통편 등 남측에 체류하는 데 드는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불돼왔다.

정부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최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남북협력기금에서 우선적으로 1억 4800만원을 편성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등 북한 대표단의 활동과 행사 지원, 홍보업무 등을 총괄하는 정부 합동지원단 운영 경비 명목이다.

앞으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 응원단 230명, 태권도 시범단 34명, 기자단 20여명, 패럴림픽 선수단 및 대표단 150명 등이 더 방남할 예정이다.

선수촌에 입촌하는 공식 선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어림잡아 570명이 넘는다.

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이 방남한 지난 2002년에 집행된 13억여 원과 맞먹는 금액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13억여 원 지원·박근혜 정부때도 4억원 넘게 집행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이 방남했을 때 이들의 지원 비용으로 모두 13억 5500만원이 집행됐다. 650명이나 되는 역대 최대 규모 대표단인 만큼 지원액도 가장 많았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기간에도 북한 선수단 224명과 응원단 303명이 방문했는데 8억 9900만원이 지원됐다. 이어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선수단 20명, 응원단 124명)때는 1억 9600만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선수단 273명)과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선수단 33명) 기간에도 4억 6000만원이 집행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적으로 집행된 2014년 사례를 볼 때 북한 참가자 1인당 약 150만원이 지원된 셈이고, 2002년에는 1인당 약 200만원이 사용됐다.

이번에는 삼지연관현악단과 태권도시범단의 공연 행사가 모두 합쳐 6번이나 예정돼있어 장소 대여료, 무대설비 등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남북협력기금 집행 액수가 최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북한 예술단 사전검검단과 이어 방문한 북한 선발대 지원에 들어간 비용은 숙박비와 KTX 탑숭을 비롯한 교통비 등을 합쳐 약 2700만 원 정도라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또 북한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참가를 위해 투입된 아시아나 전세기 비용은 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남북한 스키대표 상비군 및 선수들이 1일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에서 훈련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단)
◇ 아시아나 전세기가 북한 선수단 위한 것?

이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는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너무 과도한 지원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보수 매체는 "오늘 도착한 북측 선수단 32명을 위한 아시아나 전세기 비용도 9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북측 인사를 위한 교통비만 벌써 1억원이 넘게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시아나 전세기를 마치 북측 선수단을 위해 빌린 것이라는 취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양양국제공항과 원산 갈마비행장을 오간 아시아나 전세기는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단이 육로로 이동할 경우 4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투입된 것이다.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벌크 캐시(대량의 현금)을 북측에 직접 지불하지 않는 한 문제될 소지는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등이 체류 하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숙박업소와 교통편 제공 업체 등에게 직접 지불된다"며 "북한에 직접 현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북한 예술단 공연과 관련해서도 "공연 대가나 출연료가 별도로 지급되지는 않는다"고 통일부는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와함께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과 관련해 방북한 우리측 선발대와 선수단의 북한 체류 비용은 전액 북한 당국이 제공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마식령으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포함한 모든 편의는 북측에서 제공했고, 우리측이 지불한 시설사용료는 전혀 없었다"며 "모든 숙소와 식사는 북측이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은 우리 대표단에 벤츠와 SUV 차량도 제공했다. 객실내 미니바도 무료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고, 공동취재단이 전했다.

이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 새누리당, 2014년엔 "북한에 항공기 보내서 데려오고 우리 호텔서 숙박" 촉구

사정이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태옥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6.25때 인민군이 내려 온 이후 북한 사람이 가장 많이 내려 올 모양"이라며 "그 수많은 인원이 먹고 자고 이동하고 공연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텐데 그 돈을 어디서 무슨 명목으로 지급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사전점검단의 방문을 '황제 여행'이라고 표현하면서 체류 비용에 대해 "누가 부담할지 아무도 모르는 외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2014년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2014년 8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에 대한 지원 문제를 놓고 남북 간에 마찰이 빚어지자 전향적인 지원에 나서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일부 우려되는 측면이 있지만 동포라는 점과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인색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정부와 조직위원회가 통 큰 결정을 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항공편을 보내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데려와 우리 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게 하고 비용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취해진 5.24 조치가 아직 시행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북한 대표단 지원 비용 집행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할말이 많다.

북한 대표단 지원 비용은 대부분 법적인 통제를 받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되고 이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이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집행 내역은 매달 통일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어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다.

통일부는 "향후 북한 대표단 방남 관련 체류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 등이 확정되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와관련해 현재 관계기관들이 협의 중이며, 지원액은 협의회 의결을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북한 미사일 도발 때 우리 군의 대응 사격에 이용되는 '현무' 미사일의 대당 가격이 약 20억 원 이라고 하는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마련된 남북 당국 대화와 다양한 교류 행사를 지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퍼주기라고 생각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 속에 어렵게 찾아온 화해 무드를 한반도 비핵화 대화 분위기로 이어가는 데 필요한 '평화 비용'으로 봐달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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