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 슈퍼비 "2주만에 또 정규앨범, 그게 가능하냐고?"

<힙합 릴레이>. 33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스웨이디가 지목한 슈퍼비입니다.

(사진=굿라이프크루 제공)
2018년 2월 현재, 국내 힙합씬에서 가장 '핫'한 래퍼를 꼽으라면 아마 대다수가 슈퍼비(본명 김훈기)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슈퍼비의 최근 행보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지난해 12월 30일, 12곡이 수록된 정규 1집 '랩 레전드(Rap Legend)'를 발매한 슈퍼비는 불과 2주 만인 지난달 13일, 13곡을 눌러 담은 정규 2집 '오리지널 김치(Original Gimchi)'를 추가로 발매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작업량도 작업량이지만, 두 앨범 모두 완성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바 있는 슈퍼비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전보다 한층 발전한 랩 실력을 뽐내며 자신이 '랩 레전드'로 성장할 재목임을 입증했다.

타이거JK, 도끼, 더콰이엇, 버벌진트, 더블케이, 스윙스, 비와이, 창모, 면도, 영비, 주노플로, 김효은, 우디고차일드, OLNL, 로스, 최서현 등 동료 래퍼들은 피처링진으로 참여해 그런 슈퍼비의 도전에 힘을 실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굿라이프크루 사무실에서 만난 슈퍼비는 비디오 게임 타이틀을 연상케 하는 1, 2집 합본 CD를 건네며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음악 이야기를 할 땐 한 없이 진지해진 그는 "꼭 랩 레전드가 되겠다"고 수차례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슈퍼비와 나눈 일문일답.

▶정규 1, 2집을 연달아 발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먼 훗날 내가 죽고 나서 '랩 레전드'가 되거나 혹은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을 때, 슈퍼비라는 음악가의 한 페이지에서 굉장히 괜찮은 페이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파격적인 시도니까."

▶회사(굿라이프크루) 반응은 어땠나.
"되게 좋아했다. 제작비가 좀 많이 들었지만. (웃음). 믹싱, 마스터링 비용 등 다 합쳐서 몇 천만 원 정도 들었을 거다."

▶1집 앨범명을 '랩 레전드'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꿈이 '랩 레전드'가 되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그냥 돈 많이 버는 래퍼, 인정받는 래퍼 정도였다."

▶'랩레전드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작업하고 싱글 내고, 행사 가고 그런 루틴에 질려있었다. 무미건조했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이런 일상의 끝이 뭘까 하는 고민에 빠졌고, 좀 더 큰 꿈을 가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슈퍼비가 생각하는 '레전드'의 기준은.
"합국 힙합에선 (타이거)JK형이 가장 가까운 분이다. 가요로 치면 조용필이나 서태지 같은 존재가 레전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앨범 발매 이후 반응은 살펴봤나.
"인스타그램으로만 조금 봤는데 딱히 기억은 안 난다. 일부러 잘 안 찾아보는 편이다. 한때는 많이 찾아봤다. 그런데 이 앨범을 만들면서 절대 힙합커뮤니티 들어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 생각에는 좋은데, 만약 한 사람의 반응 때문에 흔들린다면, 자연스러운 제 음악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전 음악가들이 위대했고 히트곡들이 많지 않나. 그땐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음악가들이 소신대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슈퍼비, 그리고 김훈기의 생각대로만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

1집 '랩 레전드' 앨범 커버
▶1집은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
"1집 작업은 정말 오래 걸렸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것에 대한 무게감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말쯤부터 했던 것 같다."

▶'사실 10명만 랩하고 있지 여기엔 / 그 중에 내가 최고인 걸'이라는 타이틀곡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한국 힙합씬에서 랩을 제대로 꾸준히, 멋지게 하는 플레이어는 1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 10명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저만 알고 있겠다. 굳이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서다. (미소)."

▶또 다른 타이틀곡 '+82 Bars'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
"제목에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곡이다. 일단 82마디 랩으로 이뤄진 곡이고, '82'가 제가 시그니처로 자주 쓰는 숫자이도 하다. 또, '+82'가 대한민국 국가 번호이지 않나. 한국에 사는 한국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려한 의도도 있었다. 아, 발음대로 하면 '82'에 '파티(Party)'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1집 발매 2주 만에 13곡이 담긴 2집 '오리지널 김치'를 냈다.
"절대 2집이 1집보다 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고, 2주 동안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믹싱, 마스터링 작업까지 고려하면 2주 안에 13곡을 완성하는 게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가사를 쓰기 전에 믹싱을 미리 엔지니어에게 보내 작업을 해두는 등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당시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일어나서 작업하고 밥 먹고 작업하고 자고 일어나고.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아마 작업 기간이 2주보다 더 길었어도 앨범의 퀄리티는 같았을 거다. 오랫동안 얽매어 있는다고 해서 좋은 가사나 플로우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필이 꽂혔을 때 바로바로 작업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고 히트하더라. '냉탕에 상어'도 그런 경우였다. 당시 기리보이 형에게 훅을 부탁했었는데 잘 안 나온다고 해서 제가 직접 30분 만에 훅을 썼었다."

▶'오리지널 김치'라는 2집의 앨범명이 재밌다.
"직역하면 토종 한국인인데, 한국 래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예전부터 써왔다. 언젠가 제 앨범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터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 뚜렷한 정체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2집 '오리지널 김치'는 '렙 레전드'와 어떻게 다른가.
"1집은 말 그대로 랩 앨범이었다. 예전에 듣고 자란 힙합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반면, 2집은 슈퍼비, 그리고 김훈기의 삶에 집중했다. 그래서 비트 선택 등에 있어 제 개인적인 취향을 많이 반영했고 1집보다 좀 더 트렌디하고 노래도 많이 들어가 있다. 오토튠도 많이 넣었다. 2주 동안 엄청 빡세게 작업하다보니 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더라. 정말 재미로 미국 래퍼 릴 우지 버트를 따라한 '스킷' 트랙을 넣기도 했다. (미소)."


▶피처링진 섭외 기준이 궁금하다.
"1, 2집 모두 노래에 잘 어울리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2집의 경우 캐릭터가 비슷한 사람들을 한 곡에 함께 참여시키도록 했다. 예를 들어 '왜 화내'라는 트랙에는 한국에서 오토튠을 제일 하는 OLNL과 우디고 차일드를 섭외했고, 약간 건방진 노래인 '작사가'에는 스윙스와 영비를 함께 섭외했다."

2집 '오리지널 김치' 앨범 커버
▶거의 모든 곡마다 다른 플로우를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부러 다양한 플로우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1집 수록곡 '+82 Bars'의 경우 5분 동안 혼자 랩만 하는 곡이라 다양한 플로우를 가장 많이 시도했는데, 그 것 역시 의도하고 한 건 아니고 곡에 맞춰 자연스럽게 랩을 한 거다."

▶1집과 2집을 통틀어 가장 애정하는 트랙은.
"모든 곡을 좋아한다. 제 노래를 스스로 자주 듣는다. 지금 당장 듣고 싶은 노래를 꼽으라면, 1집에선 '찬양가(Hip-Hop is Love)', 2집에선 '뱀 구렁이'를 들겠다."

▶'천재'와 '노력파' 중 어느 쪽에 가깝나.
"사실 1집 이후 2주 만에 2집을 내는 게 가능할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그걸 해냈고 그때부터 저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만큼 이전보다 자신감도 커졌고 자부심도 생겼다. 잘난 척이 더 심해지면 안 되는데..(미소)."

▶이번 행보에 대한 동료 뮤지션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자극 받았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앞서 앨범을 내고 반응을 잘 살펴보지 않았다고 했는데, 래퍼들의 반응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접 랩을 하는 사람들이고,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앨범을 낸 뒤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던 래퍼들에게도 메시지가 많이 와서 뿌듯했다."

▶랩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다. 오버클래스 크루를 좋아했고, 소울컴퍼니 음악도 즐겨 들었다. 물론 가리온도 좋아했고. 랩을 제대로 시작한 건 고3 때쯤이다. 그전까지는 취미로 즐겼고, 제가 스무 살 넘어서까지 랩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활동명 슈퍼비(SUPERBEE)는 '최고의'라는 뜻의 'Superb'와 벌을 의미하는 'bee'를 합쳐 만든 것이다. 랩할 때 목소리가 벌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웃음)."

▶취미였던 랩을 제대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규 1집 수록곡 '퍽 스쿨(Fuxx Schoo)'에 고등학교 때 제 삶이나 생각이 담겼다. 곡의 가사에도 나와 있지만, 당시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의 결론은,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버는 회사 들어가라는 거였다. 그런데 전 100억 200억을 모으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회사에 취직해서는 결코 그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랩을 시작한 게 돈 때문만은 또 아니다.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고, 어머니가 '의사나 판사 되지 않을 거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미소)."

▶그래서 지금 돈은 잘 벌고 있나.
"아직 '꼬맹이' 수준이다. 더 노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스윙스에게 랩 레슨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형을 만난 건 성인이 된 이후다. 예전부터 스윙스라는 사람을 너무 좋아했고,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형을 만나 랩을 했는데 '넌 배우러 온 게 아니라 들려주러 온 거 같다'는 말을 하더라. 그리고는 바로 믹스테입 만들자고 하면서 저를 도와줬다. 형에게 도움을 얻은 것은 맞지만 배운 건 아니다. 그전부터 저는 랩을 하고 있었으니까."

▶'쇼미더머니' 때문인지,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전에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또 제가 아직 음악을 제대로 한지 3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미지가) 바뀌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쇼머더머니'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반대 입장도 있고 찬성 입장도 있지 않나. 양쪽 의견을 다 이해하는데 그래도 전 찬성하는 입장이다. 래퍼들이 '쇼미'에 출연한 이후 벌어들이는 수익을 떠나서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람들이 힙합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스타들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문화의 존속을 위해서는 스타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래퍼 슈퍼비가 아닌 인간 김훈기는 어떤 사람인가.
"친구들과 노는 거 좋아하고, 랩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한다. 제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다. 돈도 많이 빌려주고 밥도 사주고...베푸는 걸 좋아한다."

▶국내에서 힙합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나.
"힙합이 완전 주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직 뿌리를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힙합의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 부분은 저를 탄식하게 한다. 저를 포함한 많은 래퍼 분들이 해결해야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다."

▶올해 또 다른 목표가 궁금하다.
"원래 새해 목표를 미리 세워두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앨범 작업에 직줍하느라 목표를 제대로 세울 시간이 없었다. 일단 1집과 2집을 정해진 스케줄 안에 내는 게 목표였고, 그걸 이뤄냈다. 앨범을 낸 뒤에는 컴퓨터가 고장 나서 컴퓨터를 고쳤다. 지금은 부탁 받은 피처링 작업이 너무 밀려있어서 작업하고 있고."

▶정규 3집은 언제 들을 수 있나.
"일단 이번 두 앨범으로 오래 끌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음악 중 가장 자신 있는 음악, 그리고 저 다운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차근차근 만들 계획이다. 일단 '오리지널 김치'에서 수록된 곡들부터 찍을 예정이고, 최대 여섯 편 정도를 찍으려고 한다. 3집은, 다시 새 앨범을 만들고 싶어질 때 만들 거다."

▶해외를 겨냥한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은 없나.
"조만간 있을 수도 있는데...일단 비밀로 하겠다."

▶슈퍼비만의 신념 혹은 좌우명이 있다면.
"'언제나 즐기자'. 그리고 '해피한 걸 하자'. '들었을 때 떳떳한 음악을 하자'는 것이다.

▶국내 힙합씬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
"'랩스타' 하면 도끼 형이 떠오르는 것처럼 '랩 레전드' 하면 슈퍼비가 떠오르도록 하는 게 저의 꿈이다."

▶스웨이디의 지목으로 이번 인터뷰에 참여했다. (관련 기사 :스웨이디, 로봇 타고 세상과 맞서는 래퍼)
"스웨이디 형의 싱글 '올라가'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레디 형인가 팔로(알토) 형이 저에게 연락을 해서 피처링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개인적으로 스웨이디 형의 음악을 원래 좋아했기에 수락했었다."

▶다음 인터뷰 주인공을 지목해달라.
"김효은 씨를 지목하겠다. 저와 다른 회사에 속한 래퍼 중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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