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북측 스키 선수들은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남측 선수들과 합동 훈련을 마친 뒤 입국했다. 빙상 선수 4명과 함께 남측이 마련한 전세기 편으로 북한의 원산 갈마공항을 떠나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버스로 강릉선수촌으로 이동, 임시패스를 받고 입촌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내외 취재진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양양국제공항 안팎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측 선수단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원 단장은 방남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고만 짧게 말했다.
몰려든 취재진이 부담스러운 듯 선수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강릉선수촌으로 이동해서도 선수들은 "입촌 소감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끈질긴 질문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만이 선수촌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기 전에는 말은 안 한다"라며 웃고, 날씨 질문에 "춥다"고 답했을 뿐이었다.
이들의 이동은 철저한 경호 속에 이뤄졌다. 공항에는 선수단이 빠져나올 입국장 게이트부터 버스가 대기한 인도 앞까지 100명이 넘는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이뤘다. 라인 바깥에는 경찰견과 함께 총기를 든 특공대가 자리잡았다. 폴리스라인 안쪽에도 100명 안팎의 사복 경찰들이 배치됐다.
입촌 이후 북한 선수단의 일정도 '철통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 원 단장이 2일 선수단 AD카드를 받을 수 있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선수단 등록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 외에 훈련 일정 등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사실상 적잖은 특혜를 받고 있다. 올림픽 참가 신청 기한을 넘겼지만 남측의 끈질긴 구애와 개최국의 편의를 봐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배려 속에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받아 평창에 올 수 있게 됐다. 출전권이 없던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측과 단일팀을 이뤄 올림픽에 나선다.
한국 정부로서는 평화올림픽 구현을 위해 참가를 적극 요청한 만큼 북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한은 규정 위에서 군림하며 입맛에 맞게 일정을 주무르는 모양새다. 북한은 오는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29일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1일 방남한 선수단도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당초 AD카드 발급을 위해 평창으로 넘어와 '선수 등록 회의'를 먼저 거쳐야 했지만 북측의 요구로 연기됐다. 지난달 25일 조기 입국한 여자 아이스하키에 이어 이날 방남한 인원까지 북한 선수단은 당초 46명에서 1명이 더 늘었지만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취재진의 집중 관심 대상이다.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져 있던 만큼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선수단은 대회가 열릴 선수촌에 입촌했어도 여전히 향후 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전 세계 동계스포츠의 대축제가 돼야 할 평창올림픽에 다른 참가국들과 달리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존재는 묘한 이질감을 주고 있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뜻의 평창올림픽 슬로건(Let everyone shine)과 달리 북한만 주목받고 있는 올림픽은 아닌지 곱씹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