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함께 큰 '신영음 키드', 우리 정말 멋지죠?"

CBS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 20주년…"위로 나눠온 청취자들 덕분"

지난 20년간 CBS 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이끌어 온 CBS 신지혜 아나운서(사진=CBS 제공)
말이 쉬워 20년이다. 강산이 두 차례나 변했을 오랜 시간을 하나의 일에 매진하면서 믿음을 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어김없이 청취자들을 찾아가는 CBS 음악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이 2일로 만 20주년을 맞은 일이 그렇다.

'신영음'의 간판 격인 CBS 신지혜 아나운서는 20주년을 하루 앞둔 1일 전화통화에서 "청취자 모두가 이 시간만큼은 마음의 안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송에 임해 왔다"며 "사연을 통해 그러한 마음들을 접하고 있어 항상 고맙다"고 전했다.

'신영음'의 뿌리는 CBS 음악FM이 개국한 지난 199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시네마천국'이라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일요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전파를 탔다. 이듬해인 1996년 10월부터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오전 11시에 자리잡고, 1998년 2월 신지혜 아나운서가 이 프로그램 DJ를 맡으면서 '신영음'의 본격적인 여정도 시작됐다.

'신영음'은 영화 애호가로 꼽히는 신 아나운서가 DJ는 물론 제작·진행까지 맡고 있는 1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인더무드(in the mood)' 등의 코너는 물론, '세계의 애니메이션' '한국의 영화음악가' '일본의 영화음악가' 등 특집도 신 아나운서의 손을 거쳐 다듬어졌다. '청취자가 뽑은 영화음악 베스트 50'은 20년째 진행되는 특별한 연말 기획이다.

그는 "말 그대로 혼자서 기획, 연출, 진행을 다하는 1인 프로그램이다. 1998년 당시에는 CBS 음악FM에서도 '신영음'을 비롯한 2개 프로그램에서 모험을 벌인 것"이라며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서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 "방송쟁이일 뿐…'큰 힘 된다'는 영화인들에게 감사"

신지혜(오른쪽) 아나운서가 관객과의 대화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신 아나운서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신영음 영화제'를 준비했던 일"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청취자와 함께 만든 영화제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영화제를 준비할 때는 스태프도 없이, 작가와 단 둘 밖에 없었죠. 매일 '신영음' 방송도 해야 하고, 다른 프로그램까지 병행해야 했던 입장에서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지난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신영음 영화제'는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이 청취자들과 손잡고 성공시킨 초미니 영화제라는 점에서 당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그는 "청취자들 가운데 영화홍보사, 디자인 회사 등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나섰고, 그들이 모델, 사진 촬영, 포스터 제작까지 도왔다. 그렇게 자원봉사자로 나선 청취자들 덕에 영화제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며 "말 그대로 '신영음 영화제'는 청취자들과 함께 만든 전무후무한 영화제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아나운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 청소년필름페스티벌 심사위원을 비롯해 각종 관련 현장을 누비며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이에 그는 "그냥 방송쟁이일 뿐"이라며 말을 이었다.

"다만 힘들 때 '신영음'을 들으며 굉장히 큰 힘이 됐다는 영화인들의 말은 언제나 고맙게 다가옵니다. 특히 엄태화 감독을 비롯한 젊은 세대로부터 연출부 시절, 영화 준비하던 시절에 많은 위안을 얻었다는 말은 몹시 인상적이었죠."

◇ "마음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청취자들 사연에 치유"

'신지혜의 영화음악' 15주년 당시 오픈 스튜디오 현장(사진=자료사진)
이 프로그램과 20년 여정을 함께 걸으며 동반 성장해 온 이른바 '신영음 키드'는 신 아나운서에게 특별히 고마운 이들이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몇 안 되는 현실에서 관련 일 하시는 분들이 한국 영화음악을 환기시키고 좋은 이미지를 줬다며 많이들 고마워하세요. 20주년을 앞두고 배우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보내 오는 축하 메시지도 소중하죠."

신 아나운서는 "우리 정말 멋지지 않아요?"라며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딱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달 안에도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5주년, 10주년, 15주년, 2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때 그때 얼마나 많은 감회가 들었겠어요. 최근만 해도 '이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보면 스스로 위안을 받고 치유 되는 느낌이에요."

그는 "청취자들의 그러한 마음이 없었다면 '신영음'에게도 20년이라는 시간은 없었을 것"이라며 "중학생 때부터 들었는데 올해로 35살이 됐다는 분들도 있다. 그런 사연을 들으면 '우리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잖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마음으로 들으면서 아끼게 되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너무 많다"며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르지 않고 서로의 곁에서 있는 그대로 함께해 온 청취자들, 그 세월을 함께 걸어 온 우리 모두에게 '너무 멋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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