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 A팀장(경감)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딸(16)의 진학 고민이 말끔히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오픈 테니스경기 4강 신화를 이룬 정현 선수의 모교이기도 한 경기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가 공고(工高)를 포함, 전국 특성화고 593개교 중 최초로 교내 '경찰사무행정과'를 신설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A팀장은 "고등학교에서부터 경찰 공채시험을 대비한 전문 교육을 받으면 합격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며 "우리 딸이 반드시 '삼일공고 경찰과 1기' 타이틀을 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삼일학원 재단의 삼일공고가 '경찰사무행정과'를 개설한 것은 1968년 개교 이래 처음이면서 전국에서도 최초로 도입된 것에 해당한다.
통상 공업고등학교는 화학공업·환경·기계·전기·전자·정보통신 등의 학과가 주를 이루지만 삼일공고는 기존의 학과 외에 중학생들의 경찰 공무원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파악, 이를 '경찰사무행정과' 신설의 계기라고 밝혔다.
학과 신설을 주도한 인물은 김동수 현 삼일공고 교장(7대)으로, 그는 1990년 3월 삼일공고에 임용된 후 지난해 3월 교장으로 부임했다.
김 교장은 1998년부터 삼일공고에서 시작된 '청소년 명예경찰' 동아리가 20년이 지난 현재, 정식 '경찰사무행정과'로 탄생하기까지 모든 과정과 절차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공고에서 기술이나 가르치면 될 것이지, 무슨 경찰 교육이냐"는 동문과 학부모들의 모진 질타를 감수하고, 김 교장은 교장 부임과 동시에 1년여 간 '경찰사무행정과' 신설을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교육부를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중학교에서 입시설명회를 할 때마다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받느니 차라리 고등학교에서부터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는 대학 진학도 중요하지만, 취업 역시 중요한 목표"라며 "9급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을 3년 동안 준비하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사교육비 절감 등 국가적 이득에도 톡톡히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일공고는 지난해 5월 '경찰사무행정과' 신설을 골자로 한 '중등 직업교육 학생 비중확대 추진'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도교육청에 발송, 도교육청 검토 이후 교육부로 이관돼 같은해 9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삼일공고는 기존 3개반이던 화학공업과를 2개로 줄이는 대신 남은 1개 반을 '경찰사무행정과'로 운영할 방침으로, 28명 정원을 모두 여학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인원을 제한한 것에 대해 남학생들은 졸업 후 입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학교측은 설명했다.
오는 9월부터 '삼일공고 경찰사무행정과 1기' 모집이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삼일공고는 중학교 내신성적 200점(환산점수) 만점에 최소 185점 이상의 최우수 학생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적 상위 1%의 학생만이 삼일공고 경찰사무행정과 진학원서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그만큼 최우수 정예멤버를 구성한다는 복안"이라며 "노량진 학원가를 가지 않고도,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경찰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전했다.
내년 3월 첫 입학하는 '삼일공고 경찰사무행정과 1기'는 경찰공무원 공채 필수과목인 영어와 한국사는 물론 선택과목에 해당하는 국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수업을 수강한다.
전문교과로 분류되는 '법무(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의 수업은 수원 소재의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수업을 받을 예정으로, 삼일공고는 다음주쯤 경기대와 관련 내용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김동수 삼일공업고등학교 교장은 "현재 사회과, 전산과 전공교사를 신규 채용 중"이라며 "기수당 3년 간 미래 경찰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두루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일공고 경찰사무행정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당당히 경찰 공채에 합격, 이후 대한민국 경찰의 핵심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일공고 경찰사무행정과 1기'에 도전할 학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