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서 검사는 JTBC 인터뷰에서 "성폭력이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성폭행이 있고요. 성폭행은 강간을 의미합니다.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의미하고요. 성희롱이라는 것은 언어적인 어떤 성폭력을 얘기합니다. 그렇게 세 가지인데요. 성추행, 성희롱뿐만 아니라 사실은 성폭행도 이루어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고…"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것은 피해자가 있고 제가 함부로 얘기할 상황은 아니어서"라며 언급을 피했다.
= 그렇다. 가해자는 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한 A검사고, 피해자 역시 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한 B검사다. A검사는 부친이 검찰에서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라는 사실만 공개하겠다.
분명한 것은 2차 피해가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상세한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
= 퇴직했다. 그런데 퇴직한 이후 변호사로 등록을 하지 않고 기업체에서 법무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회 한 관계자는 "A검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로 등록하면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는데 등록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기업체 법무실로 취직했다"고 말했다.
▶ A검사는 처벌이나 징계없이 퇴직했나? 그게 가능한가?
= 어떻게 된 일인지 그게 가능했다.
성폭행이 일어난 시기가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 인데도 A씨는 형사처벌은 커녕 아무런 징계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의 표면적인 이유는 "부장검사와 사이가 안 좋아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검사의 부장검사였던 C씨에게 '왜 아무런 처벌이나 징계없이 퇴직하도록 했느냐?'고 물었더니 "A검사와 관련해 나쁜소문이 있다는 건 들었지만 사건화 되지 않았고 A검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바도 없었다"면서 "사표를 내는 마당에 자세한걸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C씨의 말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A검사는 당시 감찰조사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검사는 감찰조사에서 격렬히 저항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A검사의 부친이 처벌과 징계를 피하기 위해 상당한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그런 소문을 듣고도 처벌이나 징계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 검찰내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검사가 검사를 강간 또는 준강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형사처벌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친고죄가 없어졌으니까 성범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입건해서 조사하고 그에 맞는 처벌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혹 피해자가 문제삼기를 원하지 않아서 사표를 내고 나가는 것으로 덮기로 했더라도 징계는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아는 중견법조인은 "피해자 B검사가 원하지 않아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징계는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렇다. 대검은 서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과 별도로 검찰내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 감찰과 수사까지 전권을 줘서 성추행과 부당한 감사와 인사 그리고 별도의 성폭행 사건까지 조사하도록 했다"면서 "처벌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피해자인 B검사가 구체적인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A씨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2차 피해는 없어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당시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상 검찰로서는 수사를 해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검찰에서 시작된 '#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나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그제 새벽 페이스북에 "서지현 검사 옆에 서려고 몇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페북창 열어 가득 메우고도 핸드폰 노트페이지에 다시 옮겨다 놓고 아직도 망설인다. 사실은 #MeToo 변호사였을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Too 그리고 #WithYou"라는 글을 올렸다.
전직 여검사 A씨도 과거 직속상관으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한 적 있다고 털어놨다. 관사 주소를 불러주면서 오라고 했다거나 호텔 일식당으로 부르면서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사법연수원생 시절 지도교수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 학계에서도 기업체에서도 #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는데?
= 방송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말들이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대세는 아니다. 이미 법무부나 대검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천명하고 나섰고 신속하게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만큼 뒷말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의 핵심은 현직 검사가 자신의 실명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과 그로 인한 2차피해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서지현 검사는 "사실 제가 범죄의 피해를 입었고 또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굉장한 괴로움이 컸다"면서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그 말을 하고 싶어서 나왔다는 그 부분이 중요한 지점이다.
검찰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검찰내 '마초문화'를 바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의 고위간부들은 검찰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미 '미투'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인 만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서 검사 사례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를 보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검찰 조직 내에서 만연해 있는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사례도 수집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조희진 조사단장은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 내에서 남녀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