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3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새 사장의 조건을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조속한 절차 진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우선 차기 KBS 사장의 자질로 4가지를 들었다. △지난 정권 언론장악에 맞서 함께 싸워 온 인물 △언론적폐 청산과 내부개혁을 실천해 KBS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인물 △지역 여론·문화 형성의 중심 매체로 KBS를 바꿔나갈 수 있는 인물 △KBS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 등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여기에 더해 '방송계 갑질 문제'에 대한 높은 인식수준과 해결책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자질이라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방송계 갑질 논란이다. 당연히 정권으로부터의 (방송) 독립을 지켜야 하겠지만, 콘텐츠만큼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 방송계 비정규직에 대한 인권의식도 높은 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KBS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사장 선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운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공동대표는 "MBC가 김장겸 사장을 해임하고 최승호 사장을 선임하는 데 25일 걸렸다. 당시 전혀 하자 없이 국민적 여망을 모아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굉장히 괜찮은 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24~25일이면 (새 사장 뽑는 절차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보도국 기자들은 지금 체제로는 도저히 제작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적폐세력이 계속 경영과 제작을 담당한다면 KBS가 공신력을 빨리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국민 의견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장 선임에)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느 세력이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이를 악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시민들의 뜻을 받아서 공정방송 다시 세우는 일을 해야 하는 KBS 노동자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파업이 끝났지만) 보도 쪽 정상화가 안 돼 여러 어려움이 있다. 여전히 KBS 내 적폐는 저항하고 있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KBS이사회는) 빠른 시일 안에 KBS 사장을 선출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KBS이사회는 오늘(31일) 오후 4시 정기이사회를 열어 KBS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논의한다. 한편, 고대영 사장 퇴진과 KBS 정상화를 위한 172일 파업 때문에 임기(2017년 12월 31일)를 넘긴 새노조는 지난 29일부터 5대 집행부 공고를 게시했다. 오는 5일까지 입후보 등록을 받고 2월 마지막주 투표를 통해 3월 2일 당선자를 공고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