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금강산 공연을 위해 경유 1만리터를 북한에 가져갈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부터다.
28일부터 이틀간 주요 언론에서는 해당 내용을 다룬 기사가 앞다퉈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들어 정부의 이번 행보가 외교적으로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논지가 주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그저 북에 퍼줄 생각만 한다", "공연하는데 경유가 1만리터나 왜 필요한가", "은근슬쩍 다 퍼다주네. 점점 실망"이라며 입모아 정부를 질타했다.
이후 29일 저녁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 합동문화공연 취소를 통보했다. 우리 언론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당초 다음 달 금강산 공연을 위해 경유를 가져가려 했던 것은 공연장용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선발대가 금강산 문화회관 등 공연 후보지를 둘러본 결과, 북한의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는 것이다.
유력한 후보지인 금강산 문화회관은 과거 현대아산이 사용했던 발전기로 가동되는데, 이 발전기에는 경유가 연료로 쓰인다.
이번뿐 아니라, 과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었을 때 역시 우리 측에서 경유를 보내 발전기를 가동했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에 경유 1만리터를 가져가는 것이 정말 기름을 '퍼주는' 행위이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지의 여부다. 과연 그럴까?
실생활에서 좀 더 자주 접하는 고속버스를 예로 들어보자. 45인승 고속버스의 연료탱크가 보통 약 4백리터인 것을 고려하면 약 25대의 분량이다.
단순 수치로 '1만 리터'라고 하면 상당히 많은 양 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유조차 한 대 분량이며 그마저도 사용하고 남은 양은 가져올 계획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휘발유·경유 등 정유제품 대북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약 7945만 리터)로 제한했다. 정부가 이번 행사에 사용하려 했던 약 63배럴(1만 리터)은 제한량의 약 0.012% 정도다.
미국의 독자제재에 따라서는 대북 정유제품 이전이 전면 금지되어 있지만, 이는 미국 기업의 대북 공급을 제한하는 것에 골자를 두고 있다. 다만 한미동맹 차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다.
이에 정부 측은 "우리가 사용하기 위해 가져가는 것이며, 사용하고 남은 연료는 모두 가져올 계획이라 제재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 논란이 없도록 미국 측과 사전에 긴밀히 논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