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구입 중고 발전기…그나마 화재당시 켜지도 않아"

경찰 "세종병원 비상발전기 용량 작아 제역할 못해"

(사진=경남CBS 최호영 기자)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의 비상용 발전기가 제대로 제 역할을 했을지에 대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상발전기를 켜야 할 의무가 있던 당직자가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 화재참사 수사본부 김한수 경남경찰청 형사과장은 30일 브리핑에서 국과수 감정 등을 바탕으로 "수동으로 작동시켜야 하는 비상발전기가 병원 측이 2012년에 중고로 사서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증환자 집중 입원실과 병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등 3곳을 작동시키는데 비상용 발전기가 사용되지만, 용량이 작아 작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전기전문가가 점검에 나선 결과, 비상발전기는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였지만, 용량이 작아 작동을 시키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과연 비상 상황에 도움이 되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설치한 비상 발전기는 경유가 연료로, 용량은 22㎾다.

병원 측은 발전기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총무과와 원무과에 배치했고 주간에는 원무과, 야간에는 당직자가 책임지고 발전기를 관리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상발전기를 켜야 할 의무가 있던 당직자가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 26일 오전 당직 근무자가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게 돼 있는데 이 근무자가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했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김한수 과장은 "비상발전기 가동은 주간에는 원무과 직원, 야간에는 당직자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당일 당직자였던 최초 신고자 남성인 원무과장에게 비상발전기를 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불을 끄거나 119 신고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발전기를 켜지 않은 이유는 추가 조사해야 한다"며 원무과장에 대해 의무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 확인할 계획이다.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던 환자 3명이 숨진 것과 연결된다.

부검 결과 이들의 사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화재 직후 정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의료법 제34조는 비상용 발전기를 자가발전시설로 분류하고 세종병원과 같은 병원은 이를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발전 용량이나 규모 등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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