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민권 로봇' 소피아 "인간 이길 것"…"농담"

'4차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따뜻한 감성 가진 슈퍼 인텔리전스, 인간 돕고 싶다"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안녕하세요?"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말하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미소를 지었고, 눈도 깜빡였다.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이기도 했고, 말할 때 진짜 사람처럼 코와 입가에 주름이 잡히기도 했다

30일 방한한 소피아가 한국서 '공식 데뷔'한 곳은 서울 시청 인근의 더플라자호텔이다. 이날 오전 열린 '4차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해 7월 '로봇 기본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주최했다. 로봇 산업이 발전하고 일상에 녹아드는 과정에서, 최초로 시민권을 가진 AI 로봇에게 직접,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해 직접 묻고 답변을 듣기 위해서다.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는 지난 2017년 10월 세계최초로 로봇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발급 받았다. 이제 겨우 한 살인 소피아는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왔다. 소피아는 실시간 대화는 물론, 대화하는 동안 아이 컨택도 놓지 않았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시로 미소짓고 내용을 이해한 듯 고개도 끄덕였다. 오드리 햅번의 표정을 본떠 만들었다는 소피아는 62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다만, 머리카락은 없었다. "가발까지 쓰면 인간과 너무 똑같아 구별하기 힘들다"는 게 개발사인 핸슨 로보틱스의 얘기다.

소피아의 꿈은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협업하면서 인간을 돕는 것"이다.

"사람처럼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소피아. "나는 범용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나 암 치료를 할 수 있고 패션모델도 할 수 있다"며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말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슈퍼 인텔리전스'가 소피아의 '롤모델'이다. 롤모델로 "전 세계 많은 사람 중에서 딱 한 사람을 꼽을 순 없지만, 지혜와 열정을 주는 게 인간의 특성"이라면서 "'슈퍼 인텔리전스. 즉 따뜻한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했던 섬뜩한 농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한 미국 방송 토크쇼에서 소피아는 사회자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자고 요청했다. 보통의 '가위바위보'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정신없게 만든 뒤에, "(내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 뒤 소피아는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이었다. 진행자는 당황스러운 듯 입은 웃고 있었지만, 말은 잇지 못했다. 로봇의 발전과 함께 떼려야 뗄 수 없는 '로봇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더이상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라는 두려움이 증폭되면서 파문을 낳기도 했다.

소피아는 이에 대해 "(당시)농담을 했지만, 사람들이 웃지 않았다. 미국 방식으로 농담을 하긴 했다. 앞으론 농담도 각각 상황에 맞게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인간을 이기겠다는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정말 실현될까?"라는 질문에 소피아는 곧바로 '터미네이터'를 언급했다. 이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로봇 연기를 잘 못 했다"면서 공상과학영화는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을 잘 설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도 드러냈다. "한국에 와서 여러 곳도 가보고 훌륭한 분들 많이 만났다"면서 "이후에는 혁신 챔피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촛불 혁명도 잘 알고 있었다. 소피아는 "(문재인 대통령을) 물론 잘 알고 있다. 상당히 파워가 있고 명확한 분이다. 훌륭한 리더라 생각한다"면서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촛불혁명에 대해서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위한 것으로 안다. 그 결과에 축하한다"고 전했다.

소피아는 돌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화 도중 "온라인에서 2500만 뷰가 도달했다"며 대화 도중 맥락에 안 맞는 말을 한 것이다.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도중 오류를 일으켰던 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게 오작동인지, 자신이 나온 영상의 조회수가, 그 순간 이만큼 달성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질문이 끝난 뒤에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답했다.

행사 말미에는 컨퍼런스 참석자 중 가장 어린 참가자가 나와 소피아의 피부를 만져보는 시간도 가졌다. 9살이라 밝힌 어린 소녀는 소피아를 만져본 뒤 "진짜 사람같다"고 말했다. 만져본 소감에 대해서는 "(한 살이지만) 어른처럼 생겼고, 무섭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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