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29일(한국 시각) 발표된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에서 29위에 올랐다. 지난주 58위에서 무려 절반이나 뛰어오른 것.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눈부신 활약이 컸다. 28일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정현은 4강 신화를 썼다. 비록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준결승에서 발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정현은 랭킹 포인트 720점을 얻어 순위를 끌어올렸다.
29위는 역대 한국인 선수 최고 순위다. 이전까지는 2007년 US오픈 16강을 달성한 이형택(42 · 은퇴)의 36위가 가장 높았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은 한국 선수 중에는 정현이 최초다. 8강 역시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전까지는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65 · 은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이형택의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런 가파른 상승세로 정현은 한국인 최초 세계 20위의 벽을 깬 것이다. 본인의 예상까지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기세다.
내년 경신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던 정현이었다. 그런데 불과 그 내년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36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거의 가까이 와 있지 않을까" 했던 정현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이런 기세라면 '톱10' 진입도 꿈이 아니다. 호주오픈에서 정현을 꺾고 우승한 페더러는 "틀림없이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정현은 차세대 중 선두주자다. 이미 지난해 21세 이하 유망주 왕중왕전 격인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정상에 올랐고, 이번 호주오픈에서는 당시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을 눌렀다. 전 세계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마저 넘어서 테니스계를 놀라게 했다.
전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현은 "한국 기록을 이렇게 빨리 깰 줄 몰랐다"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페더러 등의 평가에 대해 정현은 "많은 선수들이 저를 높게 평가해준 만큼 그 선수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계 랭킹에서는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페더러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호주오픈 준우승자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와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가 뒤를 이었다. 이제 정현이 이들과 함께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릴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