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의혹에 해명하기 위해 참사 사흘째인 28일,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들을 언론 브리핑에 불러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경남 밀양소방서 최만우 서장·소속 소방관들의 증언과 상황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첫 번째 펌프차가 세종병원 앞 왕복 2차선 도로에 도착한 건 26일 오전 7시 35분쯤이었다. 출동 지령을 받은 지 2분 31초 만이다.
이 펌프차 지휘를 맡은 가곡119안전센터 센터장과 대원 2명은 곧바로 차량 뒤편에 달린 펌프를 빼내 병원 정문 쪽으로 호스를 댔다. 구급대원은 인명대피를 위해 건물 뒤쪽으로 달려갔고 운전과 장비를 담당하는 기관원은 규정대로 차량 주변에 남았다.
애초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었으나, 센터장은 정문 쪽 불길을 먼저 잡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골목길을 돌아가기보다는 대로변 정문으로 진입하는 편이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짙은 연기가 눈 앞을 가려도, 화염에 살갗이 익을 것 같아도 마지않고 나아가던 소방관들은 5분쯤 뒤 잠시 살수를 멈췄다. 평소보다 수압을 높인 탓에 물탱크에 저장됐던 2천 리터의 화학물질이 고갈돼, 탱탱하던 소방호스가 쭈그러든 까닭이다. "소방차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장비결함 의혹은 이를 지켜본 목격자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가곡센터장은 "시민들이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하셨을 수 있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이미 도착해 있던 두 번째 펌프차에게 곧바로 물을 전달받았다는 것. 그러는 동안에도 가곡센터장과 대원 1명은 인명구조에 뛰어들었다.
◇ "인명구조 먼저했다"…장비결함 의혹 부인
두 번째 펌프차도 도착 직후 3분 가까이 물을 뿌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담당 지휘관은 "인명구조가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가곡센터에 이어 2분 뒤 삼문센터 펌프차가 도착했을 때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한 부상자의 경우 땅바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소방관들은 분주히 뛰어 사다리부터 설치했다. 대원 2명과 함께 펌프차에서 내려 병원 정문 쪽으로 달려간 삼문센터장은 호스를 이용해 화재진화에 나서기까지 2분 46초간 인명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이때에도 장비결함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 그는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 따라 인명구조를 화재진압보다 우선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구조전문팀 대원 5명은 병원 좌·우측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해 환자들을 실어내리고 있었다. 첫 번째 펌프차와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병원 2~3층 창문에서 손을 흔드는 환자들을 보고 바로 뛰어든 상태였다.
◇ 부실대응 논란에 질타…일부 대원 트라우마 증세도
이후에는 밀양소방서 차량 20대와 소방관 129명이 구조에 투입됐다. 또 인근 지역 소방서부터 중앙119구조본부까지 모두 73대의 장비와 소방관 327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작전이 개시됐다.
소방당국은 세종병원과 바로 옆 요양병원에 각각 입원했던 환자 99명과 78명과 의료진 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사상자 189명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부실대응 의혹까지 나오면서 일각의 질타도 받아야 했다.
최만우 소방서장은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정리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방이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일부 대원들의 경우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까지 나올 정도로 피로가 쌓인 상태"라고 호소했다.
다만 전날 "삭제됐다"던 소방차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당장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며 "혹여 저희가 드리는 얘기가 거짓이라면 수사와 처벌을 받지 않겠냐"고 덧붙였다.